Ignite You & Your People 제57호: 특별한 여름휴가
HIT 1162 / 최학수 / 2008-07-30
무척 더웠던 어제, 지난 유월에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 프로젝트를 함께 했던 고객사에서 follow up 미팅이 있었습니다. 바깥 더위가 무색하게 사무실은 시원했습니다. 업무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잠시 가벼운 대화를 나눴습니다. 자연스레 화제는 여름휴가였습니다. 이미 휴가를 마치고 그날 업무에 복귀한 한 직원은 며칠 동안 몸도 마음도 잘 쉬었나 봅니다. 특별한 일 없이 마음 내키는 대로 쉬었다는데 찌든 때를 뺀 듯 생기발랄했습니다. 하지만 얼굴 한 구석에 아쉬움을 살짝 비추더니 '이제 무슨 낙으로 사나.'하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제 그는 무망함을 달래고 업무에 집중하여 일상으로 다시 돌아와야 합니다. 내일부터 휴가에 들어가는 다른 직원은 무슨 이야기를 해도 허허 하더군요. 얼굴에 써 있었습니다. '나 내일부터 휴가다.' 마음 같아서는 2주 아니 한 달이라도 쉬고 싶답니다. 영영 쉬랄까봐 자제한다는 군요.
문득 조직인이었던 시절에 경험했던 나의 14번의 여름휴가가 떠올랐습니다. 마음껏 즐기고 싶었는데, 막상 별로 하는 일도 없이 지내다가 돌아와서 며칠간 그 후유증까지 치르곤 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일상에서 탈출하여 마음껏 자유를 누릴 줄 알았는데 해야 할 일들은 왜 그리 많이 생기는지 여름휴가는 평소 못다 했던 일들을 하는 기간이 된 적이 많았습니다.
일과 쉼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택하여 프리랜서가 된지 3년, 쉼 혹은 휴가의 모습이 많이 변했습니다. 강의, 코칭, 프로젝트 수행 기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이 잠재적 휴가가 되었습니다. 내 결정에 따라서 그 잠재적 시간은 휴가가 되기도 하고 연구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자기결정에 따라서 시간의 용도를 결정하는 프리랜서 생활이 무척 자유로운 것 같지만 자유만큼 책임이 큽니다. 주어진 업무, 마감시한 등의 어떤 외부압력도 없는 상태에서, 게으름의 유혹을 이겨야합니다.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한 대가는 어떤 유예기간도 없이 엄정한 고객의 평가로 바로 되돌아옵니다.
모든 공간과 시간에는 떠남이 있습니다. 만남에는 헤어짐이 있고, 프로젝트에는 종료가 있고, 조직에는 퇴직이 있습니다.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곳으로 떠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어떤 공간과 시간에 있든, 다음 공간과 시간을 위하여 우리가 준비하고 배워야 하는 것은 '내 자유의지로 결정하고 그 결과를 책임지는 성숙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현재의 공간은 나의 자유를 억압하는 감옥도 아니고 나의 무능과 나태를 가리는 보호소도 아닙니다. 정직한 노동과 성과를 통해서 온전히 자신의 자유와 책임 둘 다를 긍정하게 하는 평생학교입니다.
뜨거운 여름, 며칠간의 휴가로 마음껏 자유로움을 누리며 그 책임이 주는 달콤함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다시 돌아오는 그 일상의 공간이 좀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과 나의 2008년 여름휴가가 특별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