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nite You & Your People 제56호: 청소하기
HIT 1255 / 정은실 / 2008-07-22
하필이면 바쁠 때 해야 할 일을 놔두고 그냥 막 하고 싶어지는 일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 일이 청소였습니다. 입원 중이신 아버지 간병에, 멀리 춘천에서 주말에 진행된 ‘두말글(두려움 없이 말하고 글쓰기)’ 그룹 코칭에, 어제 하루 내내 진행된 강의에 몸이 많이 피곤했음에도 불구하고, ‘30분만 해야지’ 생각하며 오후에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작은 방에 있던 오디오 시스템과 수납장을 안방으로 옮기는 일이었습니다.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안방 침대와 책상의 위치도 바꿨습니다. 서랍 속에 있던 온갖 자질구레한 물건들도 다시 재배치를 했습니다. 30분 정도만 써서 큰 가구 몇 개만 옮기면 될 줄 알았던 일이 장장 4시간 동안의 큰 작업이 되어버렸습니다.
청소 시간이 그렇게 길어진 것은 생각보다 먼지가 참 많았고, 생각보다 구석구석 작은 물건들이 많이 굴러다니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밖으로 보기에는 깨끗해 보였던 가구들을 옮겨낸 자리에는 먼지들이 뽀얗다 못해서 굴러다니고 있었습니다. 그 먼지들을 청소기로 빨아들이고 물걸레로 훔쳐내고 마른 걸레로 닦아내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서랍들 속은 언제 거기 넣어놓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작은 물건들로 어지러웠습니다. 버릴 것과 둘 것을 나누고 둘 것의 위치를 찾아 옮기는 데에 또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래도 정리를 하고 나니 마음이 산뜻해졌습니다. 작은 방 공간이 한결 넓어져서 부모님이 좀 더 편안하게 지내실 수 있으실 것 같아 기쁩니다. 음악듣기를 좋아하는 남편이 편안하게 저녁 내내 음악을 즐기고 있는 것을 보니 기쁩니다. 나는 위치를 옮겼더니 훨씬 더 시야가 편안해진 책상에 앉아서 이번 주의 늦은 칼럼 쓰기를 시작했습니다. 넓어진 공간만큼 마음의 공간도 생겨난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나는 집안 청소를 하며 물건들만 정리하고 버리고 옮겨놓은 것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켜켜이 쌓아놓았던 마음 덩어리와 먼지들을 걷어내었나 봅니다.
아무리 매일 청소를 해도 가구 뒤로 먼지가 쌓이듯 아마도 내 마음속에도 먼지가 또 쌓일 겁니다. 깨끗해 보이던 가구 뒤로 가득 쌓여있던 먼지를 기억하며 내 마음에 대해서도 늘 겸손해야겠구나 싶습니다. 가구를 들어내고 먼지를 털듯 한 번씩 그렇게 내 마음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며 털어내야겠습니다. 방 안에 가구가 많을수록 먼지도 많다는 것을 알고 마음 안에도 이런 저런 생각들을 담지 말고 비워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