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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nite You & Your People 제55호: 인선(人選)의 기준

HIT 1143 / 최학수 / 2008-07-17


 

“여기 두 명의 선수가 있다. 한 명은 기술이 뛰어나고 한 명은 기술은 없지만 헌신적이다. 나는 단연코 헌신적인 선수를 뽑을 것이다. 마법은 없다.”

유로 2008에서 러시아를 4강에 올려 놓은 히딩크 감독은 최근 방한하여 위와 같이 자신의성공비결을 말했다. 히딩크 감독의 말은 인선(人選)의 핵심이슈를 생각하게 한다. 당신이 감독이라면 어떤 선수를 뽑겠는가? 이 문제를 기업장면으로 가져가 보자. 여기 두 명의 지원자가 있다. 한 명은 전문지식이 뛰어나고 한 명은 전문지식은 없지만 성실하다. 당신이 팀원 선발 권한을 갖고 있다면 누구를 뽑겠는가?

인선을 할 때에는 조직적 측면과 인적 측면 두 가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조직적 측면은 조직의 특성 예컨대 조직의 경영목표, 전략, 직무 등에 맞는 사람을 선발하는 것을 뜻하고, 인적 측면은 그 개인이 갖고 있는 지식, 기술, 태도를 고려하여 선발하는 것을 말한다. 후자를 고려할 때 중요한 두 가지 질문이 있다. 하나는, ‘개인의 지식, 기술, 태도가 성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성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지식, 기술, 태도를 어떻게 갖추게 할 것인가?’이다.

축구선수의 예를 들어 첫 번째 질문에 답을 해보자. 전술에 대한 이해(지식)가 높은 선수는 창조적인 플레이를 펼친다. 킥이나 드리블(기술)이 뛰어난 선수는 공을 자유자재로 능숙하게 다룬다. 훈련에 헌신하고 승부욕(태도)이 강한 선수는 어지간한 어려움에도 쉽게 좌절하지 않는다. 전술의 이해, 탁월한 기술의 발휘, 헌신성과 승부욕은 경기의 승리를 위해서 모두 필요하다. 그런데 세 가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 하나만 택해야 한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전문가에 따라서 의견이 다르겠지만 히딩크 감독은 그것을 태도라고 보았다.

영리함이나 개인기를 갖춘 선수는 탁월한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지만 그 가능성을 현실화하는 것은 헌신이다. 헌신이 결여된 선수는 지식과 기술이 제 아무리 훌륭해도 그것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 이런 면에서 태도는 성과의 토대이자 촉발제라 할 수 있다.

태도를 가장 우선시한다 해도 성과를 내는 팀을 만들기 위해서는 셋 모두 갖춰야 함은 물론이다. 셋 모두를 확보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이것이 위의 두 번째 질문이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세 요소의 학습과 변화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 킥이나 전술에 대한 지식이 가장 배우기 쉽고, 킥을 실제 발로 구현해 내는 기술은 그보다 어렵다. 가장 변화가 어려운 것은 축구에 대한 열정과 팀 승리에 대한 헌신이다. 그러므로 셋을 가장 효과적으로 확보하는 방법은 좋은 태도를 갖춘 사람을 뽑은 후 그에게 지식과 기술을 잘 가르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선발은 태도에, 교육은 지식과 기술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히딩크 감독의 성공은 전술과 목표의 공유, 경쟁심과 동기의 자극 등 여러 요인에 의해 가능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본인 스스로 말했듯 헌신적인 선수의 선발이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2002년, 그리고 6년이 지난 현재에도 대다수 축구 전문가들은 “일 대 일에 약한 선수로는 한국 축구가 어쩔 수 없다.”고 되뇌었고, 그것은 패배에 대한 변명으로 혹은 승리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매번 똑같은 상황에서 히딩크 감독은 개인기가 부족한 선수들로 마법 같은 성과를 이뤄냈다. 선발의 중요성을 극적으로 보여 준 한 축구 감독의 성공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의 선수 선발에 비춰 보면, 우리 기업의 선발 관행은 학벌과 전문지식에 과도한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대다수 견해와 관행을 무비판적으로 따르고 있는 우리의 모습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사람의 중요성에 상응하는 노력과 투자가 있었는지 돌이켜 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마법처럼 보이는 한 때의 결과와 한 개인에 대한 열광이 아니라 그러한 결과를 가능케 한 그의 안목과 올바른 선택이다. 현재를 진지하게 성찰하고 원점에서 다시 질문해야 한다. 성과를 만들어내는 본질적 요소가 무엇인가, 선발과 교육은 그러한 요소와 어떻게 조응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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