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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nite You & Your People 제53호: 숙련과 매너리즘

HIT 1178 / 최학수 / 2008-06-30



2년 째 한 고객사에서 한 달에 두세 번 꼴로 ‘창의성’을 주제로 1박2일씩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같은 주제를 반복 강의를 하다 보면 어떤 일들을 경험하게 될까요?


우선 반복효과 때문에 내용의 흐름과 학습 포인트를 훤히 꿰게 되어 강의자료를 보지 않고도 강의를 할 수 있을 정도가 됩니다. 학습자들의 관심을 끄는 첫 마디, 생각을 유도하는 질문, 몰입과 촉진을 위한 유머, 핵심 내용을 강조하기 위한 멘트와 제스처 등이 자연스럽게 몸에 익어 특별한 노력과 준비 없이도 학습을 촉진시킬 수 있습니다.


강의를 여러 차례 반복하게 되면 숙련의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하지만 변화 없는 반복은 매너리즘을 낳기도 합니다. 그 결과 스스로 재미가 없어지고 강의의 활력도 떨어지게 됩니다. 그런데, 지난 2년간 ‘창의성’이라는 주제를 강의 하면서도 나는 스스로 반복의 지겨움과 타성에서 벗어나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반복되는 가운데에서도 새로움을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새로움의 경험은 우연히 얻은 것도 있고 의도적으로 만든 것도 있습니다.

우연히 얻은 경험의 예를 들면 강의를 하다가 이전에 알지 못했던 내용을 문득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이전에 간과했던 내용이 의미 있게 다가오거나, 예시한 사례들간의 공통점이 새롭게 발견되기도 합니다. 그럴 때, 이전의 강의가 부족했거나 의미를 충분히 모른 채 전달했다는 것을 깨닫고 이전 학습자들에게 미안함을 느낍니다. 그와 동시에 나 자신의 지식이 확장되었다는 것에 기쁨을 감출 수 없습니다. 지식의 확장은 강의 내용과 전달에 있어서 군더더기를 줄여 핵심을 더욱 선명하게 해줍니다. 때로는 어떤 학습자의 우연한 도전적인 질문이 나의 생각을 열어줍니다. 예를 들면, “강사님이 경험한 패러다임의 전환은 무엇이었나요?” 같은 질문입니다. 그럴 때 나는 잠시 내 경험을 반추하면서 교과서의 지식이 아니라 내 삶의 영역에서 그 답을 탐색하며 내 인식의 지평을 한 차원 깊게 하는 경험을 합니다.

내가 의도적으로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방법은 다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 방법은 강의 중에 내 목소리가 작아지거나 말이 자주 꼬이거나 예시가 적절하지 않은 부분에 주목하고 그 부분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즉 더 나아지고 싶어하는 나의 본성을 작동시키는 것입니다. 대개 미진함 속에 개선의 씨앗이 들어 있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주제에 관심과 주의를 모으는 것입니다. 안테나를 항상 세워놓으면 어떤 자극에서도 주제와 관련된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흘려버렸을 광고 문구에서 창의의 사례를 발견하고, 영화도 ‘창의’의 관점에서 다르게 감상하게 되고, 창의와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소설에서조차 강의에 응용할 아이디어를 얻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방법은 강의를 학습자와 함께 즐기려 노력하는 것입니다. 매번 주제는 같았지만, 나의 마음이 그 장(場)과 그 사람들과 하나되는 경험을 하려 할 때 예상하지 못했던 역동이 일어나고 나와 그들 내부에 변화들이 나타났습니다. 지난 2년 간 수십 회의 ‘창의성’ 강의를 하면서 나는 우리 모두에게는 가슴 깊은 곳에 창의성의 씨앗들이 내재해 있음을 진정으로 믿게 되었습니다. 우연한 경험이든 의도적인 경험이든, 반복 속에서 새로움을 경험함으로써, 지겨움이 아니라 살아있는 소통의 장을 창조해낼 수 있었습니다.

7월에도 창의성 강의는 계속될 것입니다. 나는 묻습니다. 숙련을 향해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의도적으로 새롭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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