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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nite You & Your People 제50호: 어느 한 주

HIT 1254 / 정은실 / 2008-06-09

 

 

칼럼을 쓰는 주말이 되면 언제나 소재가 떠오르곤 했는데 오늘은 일요일 저녁이 되도록 떠올라오는 소재가 없었습니다. 비가 그치고 어스름이 내리기 시작하는 시간에 남편과 산책을 나갔습니다. 생각이 막힐 때 밖으로 나가 걷는 것은 나의 오래된 버릇입니다. 먼지 씻긴 나무들과 풀들의 모습, 그리고 흙냄새가 참 편안했습니다. 함께 걷고 있던 남편에게 질문을 부탁했습니다. 질문 받고 답변하기는 혼자서 생각이 잘 흐르지 않을 때 우리 부부가 자주 쓰는 생각촉진법입니다.

“이번 주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어?”

“어떤 사람이 가장 기억에 남아?”

“강의하면서 특별한 경험은 없었어?”

“집에 있는 시간 동안에는 뭘 했지?”

“아이들은 한 주일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지?”

“논문 읽으며 공부하면서는 어땠어?”

남편의 질문은 그 시간에 내 의식에 떠올라 있던 생각 이외의 생각들을 일으켰습니다. 일주일 동안의 사진첩이 머릿속에서 한 장씩 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기억 저 너머로 사라진 것 같았던 장면들이 바로 지금처럼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내가 한 일들, 말들, 본 것, 들은 것, 생각한 것, 느낀 것, 내가 있었던 공간, 사람들의 모습, 사람들의 이야기, 밝은 기억들과 어두운 기억들, 가벼운 기억들과 무거운 기억들.

아마도 그 대부분의 것들은 그 질문이 없었다면 아주 오랫동안 기억하지 못하다가 그냥 잊히고 말았을 것들이었습니다. 나의 지난 한 주는 잔잔한 감동과 고요한 몰입은 있었지만, 강렬한 체험은 없었던 평범한 한 주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질문에 답하며 떠오른 생각이 또 다른 생각을 일으키며 한 주일의 시간들이 장면으로 소리로 느낌으로 하나하나씩 도드라져 올라왔습니다. 늘 보던 곳을 아주 찬찬히 눈여겨보며 ‘아, 여기 이런 것이 있었구나!’하며 감탄하듯이 한 주일의 여러 순간들을 그렇게 돌아봤습니다. 별 일이 없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일상의 과제들, 만남들, 휴식, 고민, 사랑, 성찰이 있었던 건강하고 다채로운 시간들이었습니다. 1년을 걸어가는 52개의 계단 중의 소중한 한 계단이었습니다.

잔잔하고 고마운 알아차림을 만들어준 고마운 질문들에 감사하며 마지막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나는 이 한 주일에 지극정성을 다했는가, 나는 폭포수처럼 막힘없이 쏟아져 내렸는가?” 그 두 가지가 내가 지난 한 주를 시작하며 다짐했던 한 주의 초점이었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알아차렸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을 새롭게 만나고, 한 학기를 마무리하는 이번 새로운 한 주에도 이 초점을 그대로 유지해야겠습니다.

2008년의 24번째 주가 시작됩니다. 여러분의 지난 한 주는 어떠셨나요? 새로운 또 한 주를 어떻게 시작하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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