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고 창의적인 뉴스
HIT 975 / 최학수 / 2007-04-10
바야흐로 봄이다. 벚꽃, 산수유, 진달래, 개나리, 목련... 봄의 전령들이 곁에 와서 우리들을 유혹한다. 이 아름다운 계절, 겨우내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가족들과 함께 산으로 들로 나서고픈 심정이다. 이즈음 상춘객 소식이 뉴스의 한 꼭지를 차지하는 건 자연스럽고 보기 좋다. 특히 주말 뉴스엔 봄을 즐기는 주말 나들이 풍경이 거의 빠지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런 뉴스라는 게 거의 정형화되어 있다. 봄꽃들이 어우러진 산과 들녘, 헬기에 손 흔드는 등산객들, 놀이공원 등 유원지를 가득 메운 상춘객들,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이들과의 인터뷰 등등. 방송사나 기자를 불문하고 거개가 비슷하다. 봄과 상춘객을 소재로 한 뉴스가 좀 색다를 수 없을까. TV뉴스에서 우연히 접하게 된 '봄내음 가득한 마을버스'라는 제목의 보도를 보자.
기자는 서두에서 교외 나들이할 여유가 없는 이들을 언급하며 단돈 600원의 봄 소풍을 제안한다. 봄꽃들이 아름답게 핀 마을버스 길 혹은 마을버스를 이용해 가까이 봄의 풍광이나 색다른 정취를 즐길 수 있는 장소 이를테면 산, 박물관, 공원 혹은 도서관을 소개한다. 그리고 이 같은 소풍에 제격인 소박한 먹을거리와 마실 거리를 빠뜨리지 않는다. 보도는 마을버스 운전기사들이 추천하는 가장 아름다운 길을 소개하며 '혼자보기 아깝다'는 버스 기사의 꾸밈없고 순박한 인터뷰로 끝을 맺는다.
TV 보도를 접하며 봄맞이 풍경을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 하고 감탄하였다. 대단한 뉴스거리랄 수 없는 내용을 평범하지 않게 접근한 점, 서민의 시선에서 바라 본 점이 특히 돋보였다. 통상적인 보도와 이 보도를 비교해보자.
- 늘 나오는 놀이공원, 널리 알려진 산이나 행락지 대신 마을버스 노선을 중심으로 봄 경치를 즐길 만한 곳을 소개했다.
- 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을 죽 훑듯 보여주거나 (통상 헬기를 이용한다), 모처럼 야외에 나오니 좋다는 식의 들으나 마나한 인터뷰 대신 소풍 나와 해결해야 하는 먹을거리 등과 연결해서 보도하였다. 모처럼 나들이 나온 소풍객의 처지에서 궁금하고 필요한 것을 언급하였다.
- 기자들의 건조한 말투 대신 주제에 맞게 감성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도입부를 보자. --- 오늘도 똑같이 지루한 월요일을 보내셨다면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600원 마을버스로 떠나는 봄 소풍을! ----
- 중산층이 아닌 서민의 시선에서 봄나들이를 바라보았다. 야외에서 봄을 즐기는 이보다 집에서 TV를 보며 피로를 푸는 이가 더 많을 게다. 고단한 밥벌이에 교외로 나가는 벚꽃놀이를 꿈도 못 꾸는 이들을 위로하고 그들을 대신해 시간과 돈을 적게 들이고도 봄을 즐길 수 있을 만한 곳을 찾아 소개하였다. 설사 소개된 곳을 그들이 가지 못한다 해도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위로하려는 그 마음가짐이 참 따스하고 소중하다. 기자라는 직업을 고려할 때, 사회에서 소외된 자, 소수자, 갖지 못한 자의 시각을 갖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창의적인 접근으로 따뜻한 봄내음 가득한 보도를 한 기자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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