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nite You & Your People 제42호: 가까운 곳에 아름다운 공간이 있었다
HIT 1350 / 정은실 / 2008-04-13
오늘 이른 아침에 지인들과 관악산 전망대까지 올라갔다 왔습니다. 함께 한 지인들은 모닝페이지 2기 멤버들이었습니다. 매일 아침 창조적 글쓰기를 하면서 자기 들여다보기를 하고 있는 모닝페이지 2기 멤버들인지라 처음 만나면서도 편안했습니다. 함께 모닝페이지 1기를 마치고 2기의 안내자로까지 계속 활동하고 있는 교산의 모임에 오늘은 가족 자격으로 두 아이들과 같이 합류를 했던 것이지요.
안양 비산동 삼림욕장 입구에서 시작하여 전망대까지 올라간 관악산 산행 길은 불과 200여 미터를 제외하고는 거의 경사가 없는 산책로 같아서 대화를 하며 오가기에 참 좋은 길이었습니다. 뾰족뾰족 여린 잎이 돋아나고 군데군데 화사한 진달래가 맑게 피어있는 산길을 걸으며 그 풋풋함에 마음까지 신선해졌습니다. 맨발로 걷는 길, 발 씻는 곳, 수중생물 관찰장, 쉼터 등의 아기자기한 테마가 있는 장소들이 적절한 위치마다 있었고 밭을 일구고 씨를 뿌리는 농부들의 모습이 길가에 바로 보여서 근교의 산이 아니라 평화로운 산촌에 들어온 기분이었습니다. 집에 두고 온 일거리, 공부거리들이 마음의 경계 밖으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집에서 자동차로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을 6년이나 살면서도 몰랐다니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근처 청계산이나 모락산에는 가끔 올랐으면서 관악산에는 왜 오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니 사람들이 많이 오르는 시끄러운 산이라는 내 선입견 때문이었습니다. 오늘 그 길은 토요일이었음에도 선생님과 함께 온 과천의 대안학교 학생들을 만났을 뿐이라 일행과 나란히 걸으며 적당히 대화를 즐길 수 있을 만큼 한적했습니다.
오가는 길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정양수 선생님의 말처럼 이렇게 가까운 곳에 아름다운 공간을 두고도 그것이 있는 것을 몰랐다는 것은 그것이 이미 오래도록 그곳에 있었지만 내 안에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있고 없음의 철학적 의미를 파고들지 않더라도 ‘내가 무엇의 있음을 알아차리는 것’의 중요성을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 있는데도 내가 그것이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 혹 무엇이 더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내 안에는 41년을 살고도 아직도 발견하지 못한 눈부신 나의 자원들이 더 있지 않을까. 내 삶의 어느 책갈피 속에는 지금 떠올리지는 못하지만 내가 경험했던 아름답고 감사한 일들이 적혀있지 않을까. 내 삶의 앞으로의 수십 년 여로에는 내가 조우하게 될, 그래서 나로 하여금 ‘아!’하고 감탄하게 할 더 많은 모퉁이 길들이 있지 않을까. 내 주변에는 내가 아직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꽃보다 더 고운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지금 내가 알고 있지 못하다고 하여 그것들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에는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알고 있지 못한 것이 더 많습니다. 내가 세상을 좀 더 잘 경험하고 내 삶을 더 깊게 탐사하며 나의 일상을 더 아름답게 하고 싶을 때에는 좀 더 자주 질문하고 좀 더 깊게 생각하며 좀 더 많이 움직이며 경험하는 그대로를 느껴볼 일입니다. 그러면 아마도 많은 새로운 것들이 새로운 사람들이 새로운 길들이 내 앞에 나타날 것입니다. 그로 인하여 내 삶은 한정 없이 확장될 것입니다. 오늘 봄이 깊은 관악산 짧은 산행에서 나의 시야가 우주까지 확장되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