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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nite You & Your People 제41호: 나의 108배

HIT 1421 / 최학수 / 2008-04-07


30대 중반을 넘긴 한 요가 강사가 있습니다. 근래 요가 시장은 아주 좋지 않습니다. 학원과 강사는 넘쳐나는데 배우려는 사람은 늘지 않고 있습니다. 그는 오랜 수련과 뛰어난 지도능력이 있지만 젊고 아름다운 강사를 찾는 가볍고 감각적인 현재의 요가시장에서 제대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요가 강의만으로 생활을 유지해가기가 어려울 지경입니다.

경제적 어려움, 직업에 대한 회의, 심리적 스트레스로 어려운 나날을 보내는 그가 꾸준하게 해오고 있고 최근 들어 더욱 열심히 행하는 것이 있습니다. 108배입니다. 108배가 그 자체로 뾰족한 현재의 해결책이 되지 않기에 꾸준히 행하는 그의 108배가 현실을 잊게 하는 피난처는 아닌가 싶었으나 막상 그의 108배를 보면 그 숙연함에 말을 잊습니다.

건강과 수련의 목적으로 시작했다는 그의 108배이지만 일 배 일 배 정성을 다해 절하는 모습은 구도자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108배가 갖는 건강상의 효과와 현실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데 기여하는 실제적 이로움은 차치하고, 무엇인가를 거르지 않고 꾸준히 행하는 모습과 동작 하나 하나에 온 마음을 담는 정성은 보는 이의 마음에 작은 감동을 일게 합니다. 108배에 그가 어떤 마음을 담는지 알 수 없으나 그것이 무엇이든, 그의 마음에 나의 마음을 더하고픈 심정입니다.

나의 108배는 무엇인가, 자문해봅니다. 간절히 원하며 꾸준히 행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잠시 생각해보니 그의 108배만큼 절실하지는 못하지만 꾸준히 행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글쓰기입니다. 작년 모닝 페이지 모임부터 시작한 하루 3쪽 글쓰기가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간혹 빼먹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보고’에 관한 사이버 교육 과정 개발을 도우면서 글쓰기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되었고 이제 책을 내기를 작심하고 글쓰기에 에너지를 모으고 있습니다.

책 내기를 작정하고 보니 다른 책들이 새롭게 읽힙니다. 예전 같으면 주제와 내용 파악이 우선이었으나 지금은 주제와 내용 보다는 주제를 전달하기 위한 단락 구성, 단락을 이루는 문장들의 짜임새 등에 더 주목하게 됩니다. 인상적인 표현, 개성 있는 문체에 눈이 번쩍 뜨입니다.

또한 글쓰기를 작정하고 글을 쓰려니 부담감이 어깨를 짓누릅니다. 당장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리고 써놓은 글은 온통 부족한 점투성이 입니다. 무슨 까닭인지 쓰면 쓸수록 글쓰기가 더 힘들어집니다. 그래도 다른 길은 없습니다. 그저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길 뿐입니다.

하루를 열고 마감하는 행동, 하루 중 가장 많이 생각하는 주제가 글쓰기입니다. 글쓰기를 중심으로 하루를 재편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나의 108배는 글쓰기를 향합니다. 지금 향하는 길과 삶의 재편에 대해 두려워하기 보다는 글쓰기를 위한 노력이 더 치열하지 못함을 두려워합니다. 나의 108배가 지금보다 더 뜨거워지기를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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