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nite You & Your People 제39호: 책을 만나는 방법-창조적 책모임 후기
HIT 1314 / 최학수 / 2008-03-24
좋은 책은 그 책과 세 번을 만나야 제대로 이해하고 삶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모든 책이 그렇지는 않지만, 적어도 깊은 사색을 요구하는 책은 그렇습니다. 첫 만남은 혼자 그 책을 읽는 것입니다. 형광펜으로 표시하거나 포스트잇을 붙이거나 자유롭게 메모를 하며 눈과 손으로 읽습니다. 두 번째 만남은 첫 만남에서 남긴 흔적들을 다시 보며 나의 감상을 쓰는 것입니다. 그때 그 흔적들이 나에게 말을 건넵니다. 전체의 주제, 저자의 메시지, 인상적인 글귀들이 지금 여기 혹은 과거나 미래의 나의 문제에 관해 이야기를 합니다. 그 이야기들은 기존의 정보와 충돌하기도 하고 맞장구를 치기도 하며 나의 새로운 지식체계 속으로 때로는 신념체계 속으로 들어옵니다. 두 번째 읽기는 남의 생각을 나의 생각으로 전환케 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책의 요지를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런데 오늘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책과의 세 번째 만남입니다. 그것은 그 책을 읽은 다른 이와 경험을 나누는 것입니다. 지난주 목요일에 있었던 ‘창조적 책읽기 모임’의 예를 통해 세 번째 만남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여섯 명의 멤버들은 신화의 대가 조셉 켐벨과 언론인 모이어스가 나눈 대담을 그대로 옮겨 펴낸 책 ‘신화의 힘’을 읽고 모였습니다. 우리는 평소처럼 먼저 전반적인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신화를 삶과 연관 지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신화에 대한 사전 지식이 부족하여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대담 형식으로 되어 이야기가 툭툭 끊겨서 읽기가 쉽지 않았다, 켐벨의 고대에 대한 예찬 현대에 대한 비판에 100% 동의하기 어렵다’ 등의 소감이 나왔습니다. 각자 인상적으로 읽은 글귀들도 소개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사람들은 우리 인간이 궁극적으로 찾고자 하는 것은 삶의 의미라고 말하지요. 그러나 나는 진실로 찾고 있는 것은 그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나는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은 살아 있음에 대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라는 부분이 참 인상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것은 ‘삶의 의미’가 ‘살아 있음에 대한 경험’으로 바뀌자 삶에서 추구하는 것이 훨씬 생생하게 와 닿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한 소감을 나누는데, 멤버 중 한명이 “우리 자신이 경험했던 ‘살아있음의 황홀’의 순간을 이야기 해봐요.”라고 제안을 했습니다. 순간 저는 정신이 퍼뜩 났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저만의 느낌이 아니었습니다. 멤버들은 저마다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습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쉽게 말한 이도 있고 한참 후에 끄집어 낸 이도 있었지만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꼈던 순간을 말하는 멤버들의 표정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공명하며 듣는 이들의 기운까지 어우러져서 우리들의 그 공간은 참 따뜻했습니다. 그 순간은 신화를 다룬 책을 머리로만 이해한 채 주변부에서 겉돌고 있던 우리들이 신화의 본령으로, 인간 삶의 궁극적 지향과 접속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여러 명이 모여 다양한 관점을 나누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질문에 반응하며 일어나는 새로운 통찰, 내 사고와 경험의 확장, 상호교감 등을 통해 단순한 의견의 합 이상을 경험하는 것, 이것이 책과의 세 번째 만남의 핵심입니다.
저에게 지난 책모임은 조셉 캠벨이 말한 ‘살아있음’의 체험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체험이 앞으로 계속될 ‘창조적 책읽기 모임’에 대한 경험을 더욱 깊게 하고, 나의 삶이 보다 궁극적인 것을 추구하고 하도록 에너지를 줄 것임을 믿습니다. 책과의 만남이 단지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서 끝나지 않고, 삶에 적용이 되면서 나의 삶의 일부가 되는 것, 이것이 바로 제가 말하고 싶은 ‘책과의 세 번째 만남’입니다. 이러한 체험을 더욱 깊게 하게 해준 ‘창조적 책 읽기 모임’ 멤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