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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nite You & Your People 제36호: 첫 시작의 신선함

HIT 1371 / 정은실 / 2008-03-03

 

 

큰 아이가 오늘 중학교에 입학을 했습니다. 교복이라는 것, 불편하고 개성이 없어 보여서 별로 맘에 들지 않았는데 막상 입혀놓고 보니 엄청 귀엽습니다. 6학년이라고 아동가방 메고 초등학교 다닐 때에는 늙어(?) 보이더니, 제법 헐렁한 중학교 새 교복을 입혀놓고 보니 새내기 냄새가 폴폴 납니다. 자유로운 녀석이 중학교 입학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는데 오늘은 첫날이라서 그런지 신선한 표정으로 아이가 돌아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에도 깨우지 않았는데 새벽같이 일어나 혼자서 미리 옷을 입고 학교 갈 준비를 마쳤습니다. “엄마, 중학생이 된다는 건 그냥 학년 하나 올라가는 거랑 다르네요.” 그러면서요. 아, 시작은 참 신선한 경험입니다. 허물을 벗듯 우리를 새롭게 합니다.

문득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 나의 수많은 시작들이 떠오릅니다. 첫 호흡, 첫 울음, 첫 미소, 첫 가을, 첫 겨울, 첫 봄, 첫 여름, 첫 눈, 첫 비, 첫 바람, 첫 슬픔, 첫 기쁨, 첫 보람, 첫 옹알이, 첫 뒤집기, 첫 이유식, 첫 걸음마, 첫 단어, 첫 책읽기, 첫 등교, 첫 이사, 첫 그네타기, 첫 새벽, 첫 밤샘, 첫 시험, 첫 외로움, 첫 친구, 첫 교복, 첫 홀로여행, 첫 자전거 타기, 첫 연극주연, 첫 사랑, 첫 그리움, 첫 출근, 첫 키스, 첫 강의, 첫 새해마음, 첫 출산, 첫 운전, 첫 메타세콰이어, 첫 안개, 첫 독립, 첫 상담, 첫 코칭, ... 아! 참으로 많고 많은 헤아릴 수 없는 첫 경험들이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과의 인연에도, 지금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들과도 첫 시작이 있었습니다.

긴 시간의 흐름을 따라 나의 수많은 시작들의 일부분을 떠올리며, 삶이 수많은 시작들의 집합임을 오늘 새삼 알아차립니다. 그리고 그 시작들은 때로 약간의 두려움과 함께, 설렘과 떨림과 호기심이 가득 찬 신선한 순간들이었음을 알아차립니다. 신선함이란 젊음에게만 봄의 나무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님을 알아차립니다. 내 삶의 지금 40대에도 50대에도 60대에도 70대에도 80대에도 이 신선함이 언제나 계속될 것임을 알아차립니다. 내가 삶을 시작의 집합으로 바라보는 한. 그리고 그 설렘과 떨림과 호기심을 느낄 수 있는 한.

나는 아직도 수많은 첫 경험들을 앞두고 있습니다. 첫 책을 쓰게 될 것이고, 첫 황토 집을 마련할 것이고, 첫 나무를 심을 것이고, 첫 센터를 세울 것이고, 새로운 주제로 첫 강의를 할 것이고, 새로운 공간과 시간과 사람과 나무와 풀과 꽃과 동물들과 첫 조우를 하게 될 것이고, 내 의식의 성장에 따라 수많은 첫 알아차림을 경험하게 될 것이고, 어느 먼 훗날 처음으로 이 삶에서의 죽음을 맞이할 것입니다.

시작의 집합으로 삶을 바라보니, 멈춤 없이 흐르고 흐르는 삶이 보입니다. 수많은 내 안의 씨앗들이 봄볕으로 움을 틔워 제각각의 모양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못다 한 것들, 끝나버린 것들은 다 거름이 되었습니다. 그 귀한 거름을 받아 나의 씨앗들이 나무로 숲으로 자라나는 것이 보입니다. 마음에 재잘재잘 즐거움이 일어납니다. 이렇게 신선한 것을, 이렇게 언제나 시작에 서 있을 수 있음을, 이렇게 오늘은 내가 원하는 나로 새롭게 살 수 있는 첫 순간임을, 오늘은 모든 것의 시작일 수 있음을 알아차립니다. 그 알아차림 속에서 마음에 푸릇푸릇 또 새로운 움이 틉니다.

아, 오늘은 당신과 내가 ‘시작의 신선함’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본 첫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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