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nite You & Your People 제30호: 오래된 소망 되살리기
HIT 1376 / 최학수 / 2008-01-21
얼마 전 제가 자유게시판에 의견을 내었던 ‘창조적으로 책 읽는 모임’의 첫 모임이 지난 주에 있었습니다. 제 생각에 공감하고 행동으로 호응해 준 고마운 다섯 명의 책 친구를 만났습니다. 우리 여섯은 서로 인사를 나눈 후 자연스레 책과 책 읽기에 화제를 모았습니다. 무슨 책을 읽을까, 어떻게 정리하고 나눌까, 읽기에 그치지 않고 삶과 일에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모임을 어떻게 운영할까 등에 관해 자유롭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책 읽기 모임을 만들고자 한 내 생각의 씨앗이 언제 심어졌는지, 그리고 그 씨앗이 왜 근자에 싹이 텄는지를 문득 스스로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이번 책 읽기 모임에 관한 제안은 지난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 계획을 세우면서 불현듯 떠오른 여러 아이디어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기억을 되짚어 보니 책 읽기 모임의 경험은 대학 3학년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그 당시 저는 몇몇 친구들과 함께 심리학 원전 읽기 모임을 만들어 함께 공부했습니다. 왜 시작했는지, 왜 읽기의 대상을 심리학 ‘원전’에 한정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원전 읽기가 매우 생산적이고 즐거운 경험이었다는 것입니다. 스스로 모임을 만들었고, 책을 읽는 것 자체가 보상이 되어 신나게 읽었고, 학교 근처 카페에서 시간을 잊으며 토론했습니다. 프로이드, 스키너, 로저스, 피아제 등을 개론서가 아닌 그들이 쓴 원전을 통해 만나면서, 대가들의 생각과 문제의식, 사색과 통찰을 접했습니다. 아, 이런 것이 일가를 이룬 이의 사상이구나 하며 감탄했습니다. 비로소 고전의 힘과 고전 읽기의 가치를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회고해보니 그 때가 바로 제 가슴에 책 읽기 모임에 대한 소망의 씨앗이 심어진 순간입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고전의 세계와 거리를 두게 되었고 독서 모임과도 인연이 닿지 않았습니다. 그 동안 독서 모임 활동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별 성과 없이 유야무야 되고 말았습니다.
세월이 흘렀고 어느덧 십 수 년이 지난 뒤 저는 조직 생활을 접고 독립을 했습니다. 독립은 일과 관계 맺음의 모든 것을 새롭게 경험하게 했습니다. 내가 원하는 일을, 내가 원하는 파트너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수행할 수 있었고 일의 수행 결과는 정직하게 되돌아 왔습니다. 한편 개인이 갖는 제약 또한 분명했습니다. 개인이 아무리 탁월해도 보는 관점과 시야에 때로 한계가 있었고 큰일을 도모하고 이뤄내기가 쉽지 않았고 독립은 외로운 것이었습니다. 그로 인하여 사고와 경험의 다양성, 그리고 그런 사람들과의 소통이 그리워졌습니다.
그러한 그리움이 오랫동안 묻어 두었던 책 읽기 모임의 씨앗을 다시 불러낸 것 같습니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사라지지 않고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 있다가 때가 무르익으면 나타나나 봅니다. 중요한 것은 과거에 씨앗을 심었다는 것, 그리고 심은 씨앗을 잊지 않고 다시 불러냈다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가 이루고 싶은 오래된 소망을 되살리는 방법입니다. 저의 책 읽기 모임에 대한 소망은 이렇게 해서 되살아났습니다.
나의 가슴속에 책 읽기 모임 말고 또 다른 오래된 소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녀석이 얼마나 애타게 저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을까요. 혹여 기다리고 있을 그 녀석을 위해 마음의 구석구석을 샅샅이 살펴봐야겠습니다.
여러분에게는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소망이 없으신가요, 있다면 마음을 담아 한 번 불러내 보는 건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