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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nite You & Your People 제28호: 수첩에 계획 적기

HIT 1417 / 최학수 / 2008-01-06


 

조직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삶을 살기 시작한 이후 가장 어려운 점은 '자유로운 삶의 버거움'입니다. 자유를 갈망하여 용기를 내 독립하였건만 늘어난 자유를 감당하기가 어렵다니, 모순과 역설이란 이를 두고 한 말인가 봅니다.

독립 후 얼마간은 이전에 비할 수 없게 크게 늘어난 자유시간이 마냥 좋았습니다. 컨설팅이나 강의가 없는 기간 동안 억눌렸던 자유의 욕망을 보상받기라도 하는 듯, 맘껏 자고, 놀고, 책보고, 게으름을 부렸습니다. 한동안 자유를 행복하게 누렸습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하루를 마감하고 잠자리에 들 때, 기분 좋은 피로감이 드는 날이 있고 그렇지 않은 날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기분 좋은 피로감이 드는 날은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하거나 강의를 한 날이고 그렇지 않은 날은 뭔가 이런 저런 활동을 하였지만 무엇을 했는지 분명하게 기억되지 않는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일한 날이 더 좋은 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하지 않는 날을 어떻게 하면 잘 보낼 수 있을까 생각하며 일하지 않은 날들을 돌이켜 보았습니다. 그 날들은 다시 생산적으로 보낸 날과 그렇지 않은 날로 갈라졌습니다. 어느 쪽이든 책을 읽고 사람들을 만나고 산책을 하고 모임을 갖고 무언가를 배우는 등의 활동들로 이루어졌고 그러한 활동들에는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양자 간의 결정적인 차이는 뜻밖에도 수첩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생산적으로 보낸 날짜에는 하루 계획이 적혀 있었고 그렇지 않은 날의 날짜에는 빈 공란으로 남아있었습니다. 어떤 날짜의 일지에는 할 일 뿐만 아니라 그 일의 완수 여부까지 체크되어 있었고 하루 중 떠오른 단상들, 볼 책의 이름 따위가 메모되어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사소하달 수 있는 하루 계획의 수립과 작성이 하루의 생산성과 성과 그리고 심리적 만족감을 결정하였습니다. '계획 없이 시작한 하루는 혼란으로 끝난다.'는 시간 관리의 오랜 격언을 새삼 깊게 깨달았던 순간이었습니다.

작은 깨달음 이후 과거 조직에서 배웠던 기본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재인식하게 되었고 계획 수립도 기본기의 차원에서 다시 배우며 적용하고 있습니다. 하루뿐만 아니라 주간, 월간, 연간 계획도 나름의 원칙과 요령들을 익혀가며 일과 생활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슨 일이든 시작하기 전에 계획수립부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조급한 마음에 혹은 행동의 자동화된 반응에 의해 곧장 일로 들어가지 않고 대강이라도 계획을 세우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요즘 저의 하루를 여는 첫 번째 일은 모닝 페이지 (자유롭고 창조적인 글쓰기 방법의 하나)를 쓰는 것이고 그 다음 하루의 일과를 수첩에 적는 것입니다. 모닝 페이지와 하루 계획 수립은 이제 저의 하루를 여는 의식(ritual)이 되었습니다. 하루의 마감 역시 일정한 절차를 따르고 있는데, 당일 계획 점검과 성찰 일기 쓰기입니다. 일요일에는 다음 주의 가장 중요한 일을 구상하고 수첩에 옮겨 적습니다. 얼마 전에는 올 한해에 이루고자 하는 목표들을 수립하였습니다.

계획이 자유를 구속한다는 느낌, 계획을 이루지 못했을 때의 실망감, 목표와 계획 없이도 열심히 살다보면 이루게 된다는 신념 등으로 계획에 대해 별 의미를 두지 않는 이도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는 자유로운 삶에서 얻은 교훈을 통해 계획의 중요성을 재인식했습니다. 계획은 자기가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일상적 삶에 질서를 부여해줍니다. 계획을 세우면 적어도 그 날/그 주/그 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계획 수립은 투자한 노력 이상을 보상해주는, 한마디로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도전적인 일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새해를 맞아 내 가슴을 뛰게 만드는 멋진 계획을 수립해 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하루를 여는 첫 행동으로 수첩에 당일 계획을 적어 보는 것은 또 어떻습니까?



알림

역량연에서 1월에 시작하는 두 가지 일을 알립니다. 첫째 창조적으로 책을 읽는 모임을 만들고자 합니다. 둘째 이번 주 토요일(09:30-17:30)에 '작심 365일 워크샵'을 실시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역량연 홈페이지(www.igniteu.co.kr) 자유게시판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참여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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