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nite You & Your People 제24호: 새내기 교육을 마치고
HIT 1289 / 최학수 / 2007-12-10
12월입니다. 한 해 동안 진행했던 일들이 하나씩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그동안 출강했던 모 공공기관 대상의 창의교육 과정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제가 강의했던 마지막 차수의 교육 대상자들이 신규 임용자 즉 새내기여서 지난 어느 차수보다 교육 분위기가 밝고 활력 있어서 강의 내내 함께 유쾌했습니다.
그들은 기존 참가자들에 비해 반응이 빠르고 컸습니다. 가벼운 농담에도 크게 웃었고, 한 사람의 웃음은 옆 사람에게 전염되어 이내 반 전체를 웃음으로 채웠습니다. 그들은 진지했습니다. 조직과 일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 그들의 눈빛은 긴장과 호기심으로 반짝였습니다. 그들은 열려 있었습니다. 어떤 이야기이든 들을 준비가 되어 있었고 학습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습니다. 그들은 잠재적 창의성이 높았습니다. 전문지식이 없고, 창의적 사고 기술을 사용하는 것에는 미숙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열정이 컸습니다. 교육종료 시간, 그들은 짧은 시간 동안에 주도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협력하여 멋진 축제의 장을 펼쳐 보였습니다. 공공 서비스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여 대안을 제시하였고 그림과 노래와 율동으로 주제를 재기발랄하고 창의적으로 표현하였습니다.
그들을 보며 오래된 고민들이 떠올랐습니다. '이들이 언제까지 이런 생동감을 유지할까', '좋은 인재들이 조직에서 왜 범재가 되고 마는 것일까', '그것은 조직의 문제인가 개인의 문제인가', '조직과 개인이 함께 조화롭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들을 지켜보다가 오래전 신입사원 교육 때 만났던 한 친구가 떠올랐습니다. 그는 어떤 활동에서도 똑똑함과 재치가 돋보였고 리더십까지 갖춰 동기들이 그를 중심으로 모였습니다. 재기발랄한 그 친구가 참 탐이 날 정도여서 저런 신입사원을 갖게 된 관리자는 얼마나 좋을까 하며 부러워했습니다. 그 후 2년이 지나서 지방에서 근무하다 본사에 볼 일이 있어 잠시 들린 그를 만날 일이 있었습니다. 불과 2년 만이었는데 그의 어깨는 처져있고 눈은 빛을 잃고 있었습니다. 그의 입을 통해 나오는 말도 불평불만뿐이었습니다. 그 날 그 장면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연해집니다. 제 오래된 고민은 아마도 그때부터 생겨난 것 같습니다. 그에게서 극적인 변화를 보았지만, 그러한 변화는 우리 주변의 많은 조직인들에게서 보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재까지 제가 찾은 답은 이렇습니다. 첫째 '강한 개인' 전략입니다.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강하게 주장하며 조직에 변화를 일으키는 개인이 되는 것입니다. 다만 이 전략은 자칫 개인을 조직 부적응자로 만들거나 조직의 문제와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잘못을 범할 우려가 있습니다.
두 번째는 '성숙한 조직' 전략입니다. 조직이 인간화를 추구하며 개인의 창의를 최대한 장려하는 모습은 우리 모두가 꿈꾸는 이상향입니다. 그렇지만 현실의 조직은 이익 추구와 경쟁의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조직은 그 속성상 사회화라는 이름으로 구성원을 일정부분 통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문제를 조직이라고 규정해버리면 문제가 추상화되어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해결책이 모호해지고 맙니다.
세 번째는 '강하고 성숙한 리더' 전략입니다. 그는 상위 조직에서 하달된 과중한 목표를 아랫사람에게 그대로 전가하지 않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팀원들과 함께 고민하는 사람입니다. 불합리하지만 불가피한 지시를 받았을 때의 분노와 두려움을 자기 선에서 멈추게 하고 자신의 팀에 문제해결의 생산적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사람입니다. 시장과 주주로부터 받는 단기성과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사람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장기적 성과를 산출해낼 수 있는 활동을 함께 추진하는 사람입니다. 사람과 조직에 대한 깊은 성찰과 철학이 있어서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경쟁에 매몰되지 않는 사람입니다.
'강한 개인', '성숙한 조직', 그리고 '강하고 성숙한 리더',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도전입니다. 하지만 쉽지 않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좋은 자질과 잠재력을 가진 새내기가 조직에서 더욱 강한 개인으로 크고, 성숙한 조직을 구현하는 멋진 리더로 성장하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조직과 개인이 조화를 이루며 행복한 삶을 누리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