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nite You & Your People 제23호: 휴(休)
HIT 1479 / 정은실 / 2007-12-02
우리가 ‘쉬다’라는 뜻으로 자주 사용하는 한자어 休(휴)에는 ‘그치다’, ‘그만두다’라는 뜻이 함께 있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그치거나 그만두라는 것일까요. 불교, 도교, 이슬람교 등의 다양한 종교적 전통을 두루 섭렵한 목사이자 명상 전문가인 웨인 멀러는 그의 저서 Sabbath (‘휴(休)’라는 제목으로 국내 번역됨. 박윤정 옮김. 도솔)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우리는 강하고 유능한 사람들이다. 멈추지 않고, 빨리 더 빨리 일할 수 있다. 전구가 만들어내는 인공의 빛에 속아 기계들이 멈추지 않고 일을 계속하는 것처럼.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한다. 살아 있는 어떤 것도 이렇게는 살아갈 수 없다. 생명의 성장을 관장하는 보다 거대한 리듬이 있다. 24시간 주기의 리듬과 계절 그리고 호르몬의 순환, 태양과 달의 뜨고 짐, 대양과 별들의 거대한 움직임...... 우리는 모두 창조의 한 부분이므로, 누구나 이 모든 법칙과 리듬에 영향을 받는다.
휴식 속에서는 그 순간, 그날 하루, 그 대화에서 가장 무르익은 때를 음미할 수 있다. 관계에서도 만남과 떠남, 베풂과 받음, 다가감과 물러남 그리고 돌아감의 리듬을 감지할 수 있다. 이처럼 계절과 개화, 휴지의 리듬에 순응하는 것이야말로 삶 자체의 비의를 음미하는 길이다. 많은 과학자들은 우리가 애초부터 들고남, 몰입과 초연, 일과 휴식의 이 리드미컬한 자각 속에서 살게 “프로그램 되어 있다”고 믿는다.
외적인 성취를 위한 바쁜 일이 끝날 때, 우리는 커다란 빈 공간과 만나게 됩니다. 그 공간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은 오히려 그 공간이 불편해서 또 다른 일로 그 공간을 채워버리려고 합니다. 우리는 일을 그치고 제대로 쉬는 것에 서투릅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불안함이 있습니다. 내가 이렇게 쉬는 동안 뭔가 시기를 놓치는 것이 아닐까. 두려움이 있습니다. 이렇게 쉬다가 무슨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 죄책감이 있습니다. 내가 해야 할 바를 다하고 있지 못한 것은 아닌가. 무료함이 있습니다. 온갖 자극에 길들여진 나는 휴식에서도 더 자극적인 어떤 상태를 찾으려 합니다. 조급함이 있습니다. 쉬는 것 또한 뭔가 빨리 확실하게 쉬고 활기차게 일상으로 돌아가서 성취하고 싶은 급한 마음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제대로 된 휴식을 삶에서 경험하기 위하여 정작 그쳐야 하는 것은 바쁜 일 자체가 아니라, 그 기저에 있는 이 불안해하기, 두려워하기, 죄책감 갖기, 무료해 하기, 조급해 하기라는 마음을 유지시키는 것입니다. 쉴 때조차도 이러한 마음 때문에 깊게 휴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일을 하면서도 일 자체에 깊게 몰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종종 그들의 일은 불안, 두려움, 무료함, 죄책감, 무료함, 조급함으로부터의 도피 수단이 됩니다. 그래서 이러한 마음 만들기를 계속 하는 한 우리는 끝없이 채워지는 일로부터 벗어나지 못합니다. 혹은 일을 밀쳐놓고 쉬더라도 주의(注意)가 일에 가있어서 온전하게 휴식하지 못합니다.
우리가 이러한 마음 만들기를 그친다면, 우리는 일상의 일을 지속하는 가운데에서도 그 일 자체에 대한 깊은 몰입을 경험할 수 있고, 가끔씩 온전한 멈춤을 경험하며 내면의 세계를 풍요롭게 하는 만남, 대화, 사색, 기도, 명상, 산책, 여행 등의 시간을 즐길 수 있습니다. 누구도 우리에게 불안해하라고, 두려워하라고, 죄책감을 가지라고, 무료해하라고, 혹은 조급하라고 지시한 사람은 없습니다. 이러한 마음 갖기를 선택한 것도 우리 자신이므로 멈추기 또한 우리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어렵지만 가능한 일입니다.
지금 당신에게 어떤 힘든 일이 있거나 어떤 바쁜 일이 있더라도, 고요한 ‘휴(休)’를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허용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추신 : 오늘 칼럼은 사실 저에게 주는 글입니다. 많이 바빴습니다, 그동안.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정에 많이 마음 아픈 일이 생겼습니다. 며칠간 몸도 마음도 잘 쉬지 못하는 저를 봤습니다. 그러한 저를 탐색하며 실험한 내용이 이 글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혹 저와 같은 분들이 계시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