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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nite You & Your People 제17호: 충북괴산 삼송리의 `작은 음악회`

HIT 1516 / 정은실 / 2007-10-21

 

 

어제 충북 괴산에서는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솔뫼 농장의 아홉 가구 열다섯 회원들이 주관하는 ‘작은 음악회’가 있었습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면서도 재미있게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매년 가을 이런 행사를 연다 하였습니다. 떡국, 부추전, 김치 그리고 유정란으로 간소하지만 따뜻하고 건강한 식사를 하고 회관에서 열린 음악회는 참 향기로웠습니다.

아름다움을 만드는 사람들

예정 시간을 10분 넘긴 후 오프닝 멘트를 하던 사회자는 걸려오는 전화를 받기도 했는데, 그런 모습에 마을 주민들은 ‘사회자가 뭐 저래’라고 하면서도 그냥 재미있어하며 웃고 넘어갔습니다. 초등학생에서 중학생까지로 구성된 어린 학생들 밴드 ‘언저리(이 이름은 ‘꿈터’라는 불리는 마을의 방과 후 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스스로 지은 밴드의 이름이라고 합니다)’의 공연으로 시작해서, 판소리, 예수회 수련 수사님들로 구성된 연주와 중창, 대금 독주, 트럼펫, 시낭송 등으로 이어진 2시간은 시종 따뜻함과 감동을 안겼습니다.

소신 있게 땅을 벗하며 가을의 결실을 자축하는 그들의 축제가 아름다웠습니다. 출연자들에게 꽃다발 대신 빨갛게 익은 감이 달린 감나무 가지와 농장 회원이 직접 길러 찬조한 수세미를 안기는 모습은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었습니다. 실수가 나오면 박수와 환호로 위로해주고, 사회자의 유머에는 웃음을 터트리고,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면 그 선율에 고요하게 집중하는 삼송리 주민들, 그리고 그러한 시간과 공간을 준비한 솔뫼 농장 사람들의 자기 터전에 대한 사랑이 아름다웠습니다.

맑은 눈의 사람들

음악회가 끝난 후 두 아이들은 자기들 또래의 밴드가 신기했는지 그 아이들의 공연이 가장 인상 깊다 하였고, 아이들 아빠는 심금을 울린 판소리가 인상적이었다고 했습니다. 저는 예수회 수련수사 열두 분의 중창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그렇게 맑은 눈과 표정을 한 사람들을 한꺼번에 한 자리에서 열두 명이나 보니 그 기운이 어찌나 좋던지! 한 곡은 조용하게, 또 한 곳은 트로트풍으로 율동을 넣어 성가를 부르며 쑥스러워하면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참 맑았습니다. 저들은 무엇에 자신을 헌신하고 무엇을 내려놓았기에 저렇게 맑고 평온한 모습일까 생각하다가 문득 그들이 쉽지 않았을 수련과정 동안 경험했을 그 어떤 간절함이 온 몸으로 느껴져서 눈물이 났습니다.

내가 나의 무엇으로 타인의 삶에 기여한다는 것

오늘 사회자를 비롯하여 출연자 모두는 그 자리에 있었던 150명 남짓한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그들 각각의 색깔들은 달랐지만 자신의 노래로, 연주로, 목소리로, 열정어린 모습으로, 맑은 영혼으로, 배려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도 했고 감동을 주기도 했고 오래 가슴 속에 묻혀 있었던 느낌들이 떠오르게 했습니다.

작은 음악회를 보며, 우리는 우리 존재 자체로 타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임을 다시 알았습니다. 또한 자기 존재에 더 가까워지며 자기가 가진 귀한 자원들을 더욱 드러낼 때 타인과 세상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됨을 보았습니다. 그냥 가만히 있을 때 얼핏 작은 음악회의 출연자들은 평범해보였지만, 연주나 노래나 시낭송을 통하여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세계에 몰입해 들어가는 그들의 모습은 아름답고 힘 있었습니다.

자신의 터전에서 아름다움을 만들어가기, 자신의 깊은 존재와 가까워지며 더욱 맑고 고요해지기, 자신이 가진 자원들로 타인과 세상에 기여하기, 어제 삼송리 솔뫼농장의 작은 음악회에서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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