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nite You & Your People 제14호: 헤드헌터로부터 온 전화
HIT 1344 / 최학수 / 2007-10-01
지난 금요일 오후, 어느 헤드헌팅 업체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예전의 제 정보를 바탕으로 연락을 한 것 같았습니다. 오래간만에 받는 제안에, 그것도 ‘대기업 인사 담당 임원’ 포지션 제안에 우선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직도 나를 찾는 이가 있구나, 시장에서 나를 잊지 않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일었습니다. 어떤 회사의 어떤 처우일지 호기심이 일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마음의 흔들림은 이내 가라앉았고 저는 곧바로 대답했습니다. “현재 독립해서 일과 삶의 조화를 이루며 잘 꾸려가고 있습니다. 좋은 기회입니다만 저에겐 맞지 않습니다. 연락 주셔서 고맙습니다.” 제 목소리가 단호하게 들렸던지 더 이상 묻지 않고 전화를 끊더군요. 이제 그 헤드헌터는 제 정보를 폐기했을지 모르겠습니다.
한 통의 예기치 않은 전화로 인해 제 마음을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조직을 떠난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스스로 물어 보았습니다. 만족의 가장 큰 원천은 자율입니다. 일과 삶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가 하고 내가 책임진다는 것입니다. 프로젝트를 할지 말지,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일할지, 어느 정도의 보수를 받을지를 조직이나 상사가 아닌 내가 결정합니다.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나와 맞지 않으면 거절할 수 있는 결정권이 나에게 있습니다. 함께 비즈니스 관계를 맺고 있는 동료의 부탁, 고객의 요구, 업무 상위자의 지시가 있지만 최종 선택권은 어떤 경우에도 나에게 있음을 분명히 인식하면서 일에 임하고 판단을 내립니다.
만족의 두 번째 원천은 일의 의미가 분명해지고 제 수행능력이 향상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만족감을 주는 원인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결과적 현상이기도 합니다. 일의 의미를 인식하며 일하니까, 그리고 생산성이 오른 것을 자각하니까 일에 대한 만족감은 높아지게 마련이고 높은 만족감은 다시 성과를 높이는데 기여하게 되는 선순환을 이루고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하는 일의 영역은 그대로 컨설팅과 교육인데 무엇이 이러한 변화를 가져왔을까요. 실제로 성과에 기여하지 않으면서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 일들이 크게 줄었습니다. 형식상 참여하는 회의, 관행적으로 해야 하는 운영 업무들, 갈등 완화와 관계 형성을 위해 필요이상으로 신경 쓰고 조율하는 정치적 활동들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렇지만 가장 결정적인 변화는 일에 임하는 저의 자세입니다. 성과로 말하는 프로의 세계에서 변명은 통하지 않습니다. 오직 일로써 저를 증명해 보일 뿐입니다. 한번 불만족한 고객은 다시 저를 찾지 않으니까요. 일에 대한 몰두와 집중력이 길러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일에 대한 애정과 고마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일에 대한 주인의식은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내 안에서 솟아나는 것이었습니다.
현재의 일과 삶에 만족감을 주는 원천들을 잘 들여다보니 제가 지금 만족하며 일하는 것은기존의 조직에서 독립했기 때문이 아니라, 제 마음의 상태가 변화되었기 때문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에 대한 선택과 결정을 내가 한다는 인식,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 그런데 이러한 마음 갖기는 사실 기존의 조직에서 일하면서도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마음은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니까요. 저는 조직을 떠나고 나서 그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참 늦깎이이지요. 제가 지금 갖고 있는 자율감과 주인의식을 조직에 있을 때 가졌더라면 훨씬 더 멋지고 크게 성장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의 제 마음가짐을 직원들에게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조직과 리더십이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잠시 그런 상상을 해봅니다. 주위를 잘 살펴 보십시오. 그런 조직과 리더십이 이미 당신 곁에 있을지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