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nite You & Your People 제12호: 당신도 그랬어
HIT 1328 / 최학수 / 2007-09-16
“이제 어떻게 하면 선생님께 칭찬 받는지 알겠어요!” 학교에서 돌아온 둘째 아이가 기쁜 듯 조금 쑥스러운 듯 묘한 표정을 지으며 한 말입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른 친구들은 잘 챙겨오지 않은 학교 준비물을 빠짐없이 챙겨가서 선생님으로부터 큰 칭찬을 받았던 모양입니다.
칭찬 받아 기뻐하는 아이의 모습은 제 마음을 아이보다 더 기쁘게 했습니다. 함께 기뻐하면서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그래, 어떻게 하면 선생님께 칭찬을 받니?” “책, 준비물 빠뜨리지 않고 가져가고, 숙제 잘 해가고, 친구 도와주고, 친구 안 하는 일 대신 해주면 돼요.” 지극히 평범한 아이의 대답이었지만 얼마나 대견하던지요. 꼭 안아 주었습니다.
그날 저녁 우리 부부의 화제는 당연히 ‘칭찬 받은 둘째 아이’였습니다. 입학 때부터 학교 생활의 적응에 힘들어하던 아이였기에 우리 부부가 느끼는 대견함과 안도의 마음은 각별했습니다. 입학하고 2년 가까이 학교를 다니는 동안 아이가 얼마나 칭찬에 목말랐을까, 그리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런 생각에 가슴 한 켠이 아릿했습니다.
안쓰러움과 함께 진정 궁금한 게 있었습니다. 그 동안 아이는 선생님에게 칭찬 받는 방법을 몰랐던 것일까? 학교에서 선생님으로부터, 집에서 아빠 엄마, 6학년 형, 그리고 이따금 아이들을 돌봐주시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로부터 들었던 그 이야기들은 아이의 마음에 왜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을까? 학교생활을 하는 법에 대해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고 아이가 이해했는지 확인까지 했던 기억을 갖고 있는 저로서는 당혹스런 일이었습니다.
밤이 깊도록 대화를 나눈 우리 부부는 어떤 조언과 설득도 아이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한갓 소음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의 답답함은 가셔지지 않았습니다. 그때 아내가 말했습니다. “당신도 그랬어.” 맞습니다. 문득 잊고 있었는데 나도 아이처럼 그랬던 적이 있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일과 인간관계로 갈등했던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마침내 조직생활을 접고 프리랜서로서의 삶을 살아가던 어느 날, 지나간 조직생활을 떠올리며 내가 겪었던 조직에서의 갈등, 갈등에 처했을 때의 나의 행동들을 성찰하게 되었습니다. 갈등과 행동들을 바라보니 거듭 나타난 패턴, 반복되었던 나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 내가 그랬구나! 그러한 나의 알아차림, 나에 대한 통찰을 아내에게 이야기했더니 아내가 그랬습니다. “당신이 한 바로 그 얘기, 당신이 고민스러워 할 때 내가 해주었던 이야기였는데……”
아, 나도 그랬습니다. 그 기억이 떠오르며 둘째 아이의 행동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습니다. 나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면, 외부의 사건이나 조언들은 결코 나의 내부에 변화를 일으키지 못합니다. 스스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열어서 타인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거나 고요하게 자신의 행동을 성찰해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변화를 돕고 싶을 때에 할 수 있는 최선은 그가 스스로 인식하고 변화하도록 자극을 주는 것-판단, 지시, 강요하지 않고- 그리고 스스로 깨칠 수 있음을 믿고 참고 기다려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