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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nite You & Your People 제10호: 어느 결혼식을 다녀와서

HIT 1336 / 최학수 / 2007-09-03


어제 어느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스물 일곱 살의 신랑은 씩씩했고 그 곁에서 시종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신부는 아름다웠습니다. 나는 신랑 신부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잘 어울려 보이는 그들이 이제까지 잘 성장해왔고 앞으로도 잘 살아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행복해하는 신랑 신부를 보는 것도 즐거웠지만 어제는 오랜만에 만난 친지들과 지인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늘 보는 내 얼굴이나 주변 사람들의 얼굴이 어제와 오늘 뭐가 달라졌는지는 알아차리기 어렵지만, 몇 개월 혹은 몇 년 만에 만나는 사람들의 변화는 눈에 잘 들어오나 봅니다.

아이들의 변화는 한 눈에 보였습니다. 어렸던 아이들은 쑥쑥 자란 키가 보였고, 사춘기에 들어선 아이들은 말수가 줄어들고 표정이 달라진 것이 보였고, 앳된 모습의 아이들은 어느 사이 훌쩍 몸도 기운도 자란 청년이 되어있었습니다. 아이들만큼 첫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어른들의 변화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고생의 흔적이 비치는 이도 있었고 여유로워 보이는 이도 있었고, 몸이 넉넉하게 불어난 이도 있었고 마른 이도 있었고 주름이 깊어진 이도 있었고 더 젊어진 것 같은 이도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눠 보니 큰 생활 상의 변화는 없었지만 왠지 더 깊고 고요해진 느낌을 주는 이도 있었고, 언제 그런 일들을 다 해냈을까 싶은 이들도 있었습니다.

늘 보면 알아차리지 못하는 변화를 오래간만에 보면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은 참 재미있는 일입니다. 먼지 묻은 앨범을 정리하다가, 오래 전에 끄적거렸던 글들을 보다가, 손바닥만해진 초등학교 운동장에 서 있다가, 오래 전의 여행지에 들렸다가, 우리는 나와 타인과 사물의 변화를 봅니다. 이렇게 하루의 변화는 보이지 않지만 세월은 보입니다. 그것은 우리의 지각이 하루의 작은 변화를 알아차리는 것에는 둔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하루의 변화 자체가 너무나 작은 탓일까요?

우리가 하루의 변화를 알아차리든 차리지 못하든, 지금도 흐르고 있는 하루의 시간이 모여 세월을 이룹니다. 세월이 흐른 후 발견하게 되는 한 개인의 변화는 하루의 작은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미미했던 차이들이 하루 하루 쌓여 돌이키기 힘든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이것이 하루의 위대함이고 축적의 힘입니다.

개인의 일생에서 결혼식만큼 축복되고 눈부신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삶에서 그와 같은 축복되고 눈부신 사건들을 꿈꿉니다. 하지만 결혼식과 같은 큰 의식은 삶의 한 순간일 뿐입니다. 성실한 하루 하루의 사귐의 날들을 모아 결혼의 축복을 이뤄내듯, 또 다른 평범한 하루들을 통하여 부모가 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듯, 우리는 오늘 하루를 통하여 우리의 역사를 만들어갑니다.

나의 오늘 하루는 어떤 역사를 이루어가고 있나 잠시 멈추어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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