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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nite You & Your People 제9호: 일요일 `강의 명상`

HIT 10772 / 정은실 / 2007-08-26

 

오늘은 일요일인데 강의가 있었습니다. 일요일에 강의를 들은 적은 많이 있지만, 공식적으로 강의를 한 것은 오늘이 처음입니다. 평일처럼 느끼며 집을 나섰는데 한산하기 짝이 없는 영동고속도로에 들어서며 ‘아, 오늘이 일요일이었구나!’하고 혼자 웃었습니다. 프리랜서에게 요일은 사실 큰 의미가 없습니다.

하나, 즐거움을 느끼다.

시간 계산을 잘못해서 강의시작 1분 전에 도착했지만, 도착하자마자 시작하는 강의에서 오는 경황없음이 곧 마음 깊은 곳에서 재잘대듯 일어나는 즐거운 느낌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제 갓 조직생활을 시작하는 대우조선해양 90여명 신입사원들의 눈길이 새로 만나는 강사에게로 호기심 가득하게 맞춰지고 있었습니다. 그들도 평소 같으면 나른한 휴식을 즐기고 있을 일요일 아침 8시에 저와 같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과정 진행자의 안내를 받고 한 발 강단 위에 올라서며 제가 그곳에서 그들과 함께 있음이 온 몸 가득 느껴졌습니다.

둘, 동적 상황 속에서 고요함과 생동감을 함께 느끼다.

90여명 가까운 인원을 대상으로 특강이 아닌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여 프레젠테이션 스킬을 안내한 것은 저도 오늘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얼마나 내가 그 많은 인원들과 함께 1:1로 마주하듯 소통할 수 있을까’하는 염려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염려는 강의를 시작하고 나서 곧 사라졌습니다. 진정으로 자기의 생각들을 명료하게 구조화하고 타인에게 힘 있고 흡인력 있게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 이들의 눈길이 넓은 교육장 곳곳에서 저에게로 꽂히듯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그들과 함께 소통하는 동안 제 에너지가 좀 더 고요해지면서도 깊어지고 그러면서도 가라앉지 않고 생동감 있게 전체 장의 흐름을 리드해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셋, 새로워지다.

오늘 제가 한 프레젠테이션 기법 강의를 구성한 언어들의 대부분은 이제까지 수없이 반복했던 언어들이었지만, 사회에 첫 발을 딛는 설렘 가득한 눈빛의 신입사원들과 어울려 그 언어들도 신선한 울림이 되었고, 저도 그들의 비즈니스 프레젠테이션 기법의 첫 안내자가 되었습니다. 여러 해 동안 체계적으로 정리해온 이론들을 씨앗을 뿌리듯 하나씩 풀어내었고, 학습한 이론들을 적용한 그들의 실습결과의 장점과 개선점을 빠르고 안정감 있게 피드백하며 즐거웠습니다. 짧은 시간동안 8-9명씩의 인원이 서로 협력하여 혼자서 할 수 있는 것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그들의 몰입을 바라보며 감탄했습니다.

넷, 모든 것을 다 쏟은 듯 텅 빈 충만감을 느끼다.

열 팀이나 되는 팀의 결과물들을 피드백 하느라 종료시간을 30분이나 넘겨서 마쳤지만, 90여명이 함께 치는 박수소리는 어느 때보다 힘찼고 제가 뿌린 대부분의 말의 씨앗들이 아스팔트가 아닌 기름진 흙 위에 안착했음을 느꼈습니다. 아마 오늘 유난히 더 깊게 저와 소통했던 여러 명의 사람들은 그 씨앗들을 오래도록 잘 키울 것입니다. 8시간 30분간의 강의를 마친 후 몸은 다소 지쳐 있었지만, 그런 생각을 하며 돌아오는 길, 제 마음이 참 텅 빈 듯 가득 차 있었습니다.

오늘로 41일째가 되는 호흡명상을 하고 났을 때처럼, 피곤한 몸을 누였다가 곤한 잠에서 기분 좋게 깨어났을 때처럼, 그저 만난 것만으로도 즐거운 벗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며 함께 있다가 헤어지고 난 후처럼, 오늘 강의를 마친 저의 기분이 그렇게 고요하게 즐겁습니다. 오늘 저는 ‘강의 명상’을 했나봅니다. 2007년 8월26일 일요일, 잘 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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