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부모를 열받게 하는 10대 자녀와 행복해지는 법
HIT 760 / 정은실 / 2007-07-19
책이름 : 매일 부모를 열받게 하는 10대 자녀와 행복해지는 법(Grounded for Life)
글쓴이 : 루이즈 펠튼 트레이시
옮긴이 : 이양준
펴낸이 : 글담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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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에 대한 소개와 책 말미에 저자가 쓴 회고가 마음에 남는다. 저자는 6명의 아이의 엄마이며, 25년간 중학교 상담교사 및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수많은 청소년과 부모들을 상담해온 사람이다. 미국 전역을 누비며 부모, 교사, 전문 상담원들을 대상으로 강의와 워크숍을 갖고 있고 여러 잡지에 바람직한 부모 역할에 대한 글들을 기고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1994년에 전미 학부모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도서상>을 받았다고 한다.
이 책에 실려 있는 대부분의 사례들은 저자가 자신의 아이들과 겪은 일들이다. 아이들의 수만큼이나 많은 다양한 문제를 겪으면서, 자신과 아이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어떻게 아이들이 성장해가고 자신이 성장해왔는가를 솔직하게 기술하고 있다. 일부 사례들은 문화적 차이가 느껴지지만, 대부분의 사례들은 커다란 공감을 일으킨다.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이렇게 회고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독자 여러분은 우리 부부가 여섯 아이들의 문제들로 시험받아 왔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 부부가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고, 자세와 말과 태도를 바꾸고, 그 뒤에 아이들이 바뀌어나가는 것도 보았다. 반면 여러분은 우리 가족의 어려움을 해결해줄 즉각적인 해결법은 보지 못했다.
커뮤니케이션 수업 시간에 강사가 칠판에 `판단`이라는 단어를 써 놓았던 사실을 기억하는가? 이 2음절 단어로 인해 우리 가족은 평생에 걸친 여정에 오르게 되었다. 모든 것은 또 다른 무언가를 구축한다. 우리 가족은 문제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해, 힘을 나누는 것에 대해, 장점을 알아봐 주는 것에 대해, 자연적 귀결과 논리적 귀결이 무엇인지에 대해, 그것들의 효과를 떨어뜨리게 만드는 태도들에 대해서 배웠다. 어떤 상황에서는 잘 대처했지만 그 다음에서는 헤매기도 했다.
그렇다, 변화란 바로 이런 것이다. 현명한 부모들도 한때는 미련한 부모였다. 우리의 삶에는 항상 문제들이 따라다니고, 불완전한 방법으로 자녀들을 키워나가다 보니 오르막도 경험하고 내리막도 경험한다.
우리는 버둥대다가 미끄러지고 넘어진다. 그런 다음 다시 시작한다.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하고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 이 과정은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어주어 자녀를 책임감 있고 창의적인 사람으로 성장시켜준다.
여전히 문제들은 발생하지만 그 대부분은 새로운 배움에 따라 이전과는 다르게 해결될 것이다. ... 우리는 가정의 분위기가 바뀐 것을 느끼고 있고, 부모로서의 만족을 경험하고 있다. 이제 우리 집 아이들은 모두 사춘기를 통과했다. 남편과 나는 아이들이 능력 있고, 활기 찬 성인으로 자라났고, 서로 간에 친밀하게 지내는 것에 감사를 드린다. 우리 가족에게 세대 차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공통의 언어를 쓰고 있다는 것을 독자 여러분들도 이 책의 매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러분들도 우리 가족과 마찬가지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이룰 수 있기를 기원한다.
상담현장에서 많은 청소년들과 부모들을 상담을 하면서도 저자가 항상 부모로서의 자기역할에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저자에게 탁월했던 것은, 그렇게 실수하는 자신의 모습을 자책하지 않고, 무엇보다 중요한 자녀와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문제해결을 시도했던 점이다. `판단하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거나, 소신을 피력하거나, 제안을 하지 않고, 철저하게 듣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자세를 견지하고자 했다. 그러한 자세가 허물어질 때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서 무엇을 자신을 분노하게 하는지 살피고 자신을 분노하게 하는 것이 자녀의 행동 그 자체가 아니라 자기 내부의 불안이나 염려 두려움에서 유발됨을 성찰하고 그러한 성찰마저 자녀와 같이 나누었다.
아브라함 마슬로우와 인간중심치료의 창시자인 칼 로저스, 그리고 현실요법 창시자인 윌리엄 글라써로부터 큰 영향을 받은 저자는, 아이들의 욕구를 잘 살피고 그 존재 자체를 받아들이고자 하고, 문제보다는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분노 앞에서도 멈추고 최선의 선택을 해간다.
이론이 아닌 실제사례를 통해서 설명하고 있지만 10대들의 내면기제들을 통찰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이 들어있어서, 10대 자녀를 두고 있는 부모들에게 유용한 책이다. 또 단지 아이들을 `다루는 법`이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서 부모들이 성장해가는 모습은 부모들에게 큰 격려가 되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부모자녀간의 문제에는 부부간의 문제도 중요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배우게 하는 책이다.
책을 읽다가 여러 페이지에서 한참을 멈추었다. 내가 몰랐던 것, 내가 알고는 있었지만 유난히 가슴을 파고드는 것들, 꼭 적용해봐야겠다고 마음먹게 하는 것들, 문득 얼굴이 붉혀지며 내 행동과 태도를 반성하게 하는 것들이 이 책에 들어 있었다. 그리고 저자의 회고와 같은 회고를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도 갖게 하는 내용이 이 책에 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