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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의나 할까

HIT 184 / 바람의 언덕 / 2018-01-15

책명 : 우리 회의나 할까?
저자 : 김민철

회의를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에 관심이 있고, 최고의 크리에이티브를 위한 회의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해서
책을 들었다. 


내용에 앞서 구성이 눈에 들어오는 데, 이 책은 실제 회의의 성공사례(광고 프로젝트의 수주 혹은 성공적인 마케팅
의 성과)를
중심으로 실제 회의의 장면들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보여준다. 첫 회의에서부터 회의가 거듭되며 생각
의 발전하는 모습들을 살펴 볼 수 있다. 사례 말미에 작성했던 회의록을 달아 당시 논의된 사항들을 확인하는 건 덤
이다. 저자가 카피라이터이자 회의록 작성자인데, 당시 기록을 보면 그가 얼마나 성실한지 짐작할 수 있다. 다만
회의록을 꼼꼼하게 쓰면 그의 팀장이 말했듯이 회의의 흐름이나 역동을 볼 수 있는 장점도 있겠지만, 정작 회의 주제
에 '생각'을 집중하기 어렵지 않았을까 의구심도 든다. 디테일한 회의록 덕분에 이같은 책도 나올 수 있었고, 프로젝트
수행에 있어서 생각이 막혔을 때 지난 회의록을 보며 기존의 아이디어를 되살리거나 의미있는 발견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록의 가치를 보여 준다 하겠다.

책은 창의적 회의 혹은 문제해결 방법을 보여 주지 않는다. 이를테면 MECE, SCAMPER, 마인드맵 등이 능란하게
구사되는 것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대신 책은 스토리텔링을 통해 회의를 효과적으로 하는 구성원의 말과
행동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책을 통해 대충 세가지 정도의 효과적인 회의를 하는 비결 혹은 방식을 살펴 볼 수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소박한 원칙들 (물론 광고 전문가 답게 감각적으로 표현되었다. 예를 들면, '정시에 회의를
시작하라'가 '10시 3분은 10시가 아니다'라는 식)
과 그것을 지키기 위한 구성원들의 노력을 확인할 수 있다. 

더 중요하게 회의에 작용하고 있는 것은 리더의 역량이다. 팀에 대한 신뢰, 프로젝트에 대한 방향제시, 적시의 (외로운)
결단, 구성원에 대한 존중 등 리더의 판단과 행동이 회의가 진행되는 장면 전면 혹은 이면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가 리더 역할을 부각하고 있지 않음에도 숨김없이 드러난다. 리더의 인격적 성숙과 전문성이 든든하게 받쳐
주지 않는 조직에서 회의를 잘되기는 쉽지 않겠다는 현실적 생각이 올라온다. 

회의의 원칙과 리더십 외에 또 하나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는 요인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이는데 바로 구성원들의
회의 주제에 대한 집중과 몰입이다. 모여서 집중적으로 생각하고 무엇이든 아이디어를 내고 거기에 살을 붙이고, 아니다
싶으면 다른 길을 내고 그러면서 생각이 진화하고 종국에는 통찰에 이른다. 통찰은 멋진 언어, 감각, 매체로 표현되어 
마음을 사로잡는다. 회의하는 법은 어쩌면 무척 단순하다. 구성원들은 클라이언트의 니즈와 그들의 고객 욕구를 중심에 놓고
진지하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비법이나 도구는 없다. 회의, 협력, 성과는 기법이 아니라 대화와 소통이며, 일시적
기발함이 아니라 성실한 노력과 치열한 고민의 산물이다. 하나 살짝 추가해야 한다면, 크리에이티브라는 업의 특성상, 
언어의 풍부함과 섬세함 정도 아닐까. 인문적 소양이라고 넓게 일컬어도 될 듯하다.   

문제 해결, 생산적 회의를 효과적으로 하고자 한다면 리더십의 본, 사유의 힘, 언어의 풍부함, 자유로운 소통을 고민하는게
좋을 듯하다. 멀리보고 한발 한발 나아가자.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아쉬운 점 두가지. 왜 성공 사례만 실었을까. 수주에 실패하거나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한 마케팅도 있었을텐데
말이다. 어쩌면 그렇고 그런 사례와의 대조를 통해 회의, 협업, 소통의 어려움과 성공요인을 더욱 명확하게 그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스토리텔링은 몇 차례의 회의 장면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이는 주제와 관련된 중요한 부분이다. 읽기 좋고 생각의 발전과

논의의 흐름을 잡도록 무리 없이 기술되었다. 말미에 붙인 회의록과 비교할 때 중요 부분을 잘 잡아 장면을 실감나게 묘사
한 것을 알 수 있다.
장면을 가깝게 당기고 멀리 밀어 부분과 전체를 역동적으로 살필 수 있게 했더라면 어땠을까 상상해본다. 

발언 하나, 눈빛 하나가 장에 파장을 일으키는, 개인에게 상처가 되고 집단에 에너지를 주는 그 결정적 진실의 순간을 극단
적으로 당겨서 세밀하게 그렸더라면... 관점의 차이, 미묘한 감정상의 변화, 부서/전문영역/역할/연배의 차이에 의한 갈등과

역학 관계 등이 충분히 다뤄지지 못한 게 아쉽다. 내적 세계에 대한 미세하고 깊이있는 이해 없이 타인과의 소통과 협력은 

지난한 일이다. 저자가 내용 중심의 회의 당시 기록에 집중한 것이 영향을 준 듯하고 (기록자가 어디에 주목 했겠는가),

저자 경험의 개인적 한계(좋은 직장의 좋은 리더와 함께 일한 제한된 경험?)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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