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금파리 한 조각
HIT 279 / 정은실 / 2011-03-19
책이름 : 사금파리 한 조각 (A Single Shard)
글쓴이 : 린다 수 박
옮긴이 : 이상희
펴낸이 : 서울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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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들이 무슨 책을 읽는지 궁금해서 가끔 아이들 책을 읽습니다.
그러다가 뜻하지 않게 푹 빠져서 읽게 되는 책들이 있습니다.
몇 주 전에 읽었던 '스프링 벅'이 그랬고, 며칠 전에 읽은 '사금파리 한 조각'이 그랬습니다.
사금파리는 사기그릇의 깨어진 조각을 의미하는 순우리말입니다.
도공의 꿈을 키워가는 용기 있고 마음 따뜻하고 지혜로운 고아 소년 '목이'의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미국 도서관 협회가 그 해의 가장 우수한 아동도서에 수여하는 뉴베리상(2002년) 수상작입니다.
부모님은 한국인이지만 미국에서 나고 자란 지은이가 그려내는
도공들의 작업 과정, 한국의 풍경이 놀랍습니다.
또한 아이들 책 답게 문장이 쉽고 짧지만,
읽다 보면 그림책을 보고 있는 것처럼 각 장면이 머리 속에 떠오를 정도로 묘사가 세밀합니다.
그 무엇보다 돋보인 것은,
구구절절 세세히 설명하거나 가르치려 들지 않으면서도,
건강한 메시지들을 전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메시지 가운데 유난히 와닿았던 것을 하나 골라봅니다.
연로한 스승을 대신해서 홀로 여러 날 먼 길을 걸어 도자기 감도관에게
스승의 작품을 전하는 심부름을 자청해놓고는 막막해하며 두려워하는 13살 어린 목이에게,
가난하지만 지혜로운 아저씨가 다음과 같이 조언을 하는 부분입니다.
"아주 멀리 가는 여행이에요."
아저씨가 말을 받았다.
"그렇지 않아. 옆 마을에 가는 거리에 불과해.
네 튼튼한 다리로는 하루 거리야."
목이가 얼떨떨한 얼굴로 눈살을 찌푸렸다.
뭐라고 말할 틈도 없이 두루미 아저씨가 덧붙였다.
"네 마음은 네가 송도까지 갈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
하지만 네 몸한테는 그 사실을 일러 주면 안 돼.
언덕 한, 골짜기 하나에, 하루.
이처럼 한 번에 하나만을 생각하게 만들어야 해.
그러면 발걸음을 떼기도 전에 마음이 지치는 일이 없을 거야.
하루에 마을 하나씩.
목이야, 이게 네가 송도까지 갈 방법이야."
큰 일을 앞에 두고, 그 일을 다룰 수 있는 수준으로 잘게 자르는 것은,
일에 대한 압박감을 다룰 수 있고, 구체적인 일의 내용과 순서를 정할 수 있는,
익히 알려진 훌륭한 방법입니다.
그 방법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이렇게 쉽게 설명을 하다니요!
사실 아이들의 눈높이만이 아니라, 어른의 눈높이에도 아주 잘 맞는 설명입니다.
5학년 이상의 아이들이면 충분히 즐기면서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온 가족이 같이 읽고 대화를 나눠봐도 좋을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