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
HIT 565 / 정은실 / 2009-11-04
책이름 : 아버지와 아들
글쓴이 : 박목월, 박동규
펴낸이 : 대산출판사
-------------------------------------------------------------------------------------------------------------------------------
글쓴이의 이름이 낯설지 않으시지요?
시인 박목월과 문학평론가인 그의 장남 박동규가 글쓴이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아들 박동규가 아버지 박목월의 일기와 자신의 일기 중에서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 있는 부분을
주로 발췌하여 실어놓은 책입니다.
시대적 배경이 다르기는 하지만(세뱃돈을 20원~200원을 주었고, 털신이 100원이던 시절 ^^),
가난한 한 아버지가 가족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현대의 독자들에게도 전해집니다.
시인의 깊은 감수성과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가슴에 닿아 울컥 눈물이 쏟아지기도 합니다.
어쩌면 내 아버지도, 내 어머니도,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한 가족의 이야기를 읽다가 내 가족의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여러 에피소드들이 감동적인데, 그 중의 하나만 골라서 요약을 해봅니다.
결혼한 아들이 첫 아이를 낳아 이사를 하려 하는데 돈이 없어 쩔쩔매다가
저녁에 번역거리라도 얻어 일을 하려고 하자,
아버지는 그런 일 하지 마라 말리며,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를 해줍니다.
아버지는 중학교 시절, 돈이 없어서 학교 온실에서 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온실에 가마니를 깔고 누워보니 별들이 가슴에 와서 이야기를 하더랍니다.
그러면서 아들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이놈아, 내가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별을 보며 내 신세가 가련하구나, 했으면
지붕이 있는 집에 살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했겠지.
그러나 나는 별들이 속삭이고 가는 이야기를 글로 쓰려고 했으니 시인이 되었지.`
아버지의 그 이야기를 듣고 아들은 자기 갈 길을 찾았다고 자신의 일기에 적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20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도,
아직도 아버지가 자신을 지켜주신다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이 아버지 박목월은 참 복많은 사람이다.
자신의 내면을 글로 표현할 수 있었고 글쓰기를 좋아했던 사람이라 일기를 남겼고,
그 일기를 아들이 봄으로 하여 자기 삶에서 소중했던 부분이 자식에게 더 깊게 전해지게 했구나.
그리고 박목월 시인의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유난히 따뜻하기도 했겠지만,
이 세상 많은 아버지들의 사랑 또한 그러하였고 그러할텐데,
그 마음이 실제로 어떠한지 잘 표현되지 못해 자식들이 알지 못함으로 하여,
박목월 박동규 부자가 나누는 것과 같은 깊은 소통을 다른 부자들은 나누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또 한 가지. ... 내 아이들은 나중에 나의 어떤 말을 기억하게 될까.
내가 이 세상을 떠나고 없더라도, 나의 어떤 말 어떤 행동이 내 아이들에게 남아
사랑이 되고 따뜻함이 되고 힘이 되고 지혜가 될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입니다.
가족에 대한 생각이 많은 분이라면 꼭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질그릇처럼 꾸밈없는 책이지만, 그만큼 온기가 오래가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