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기
HIT 665 / 정은실 / 2009-02-12
책이름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기 (Grace and Grit)
글쓴이 : 켄 윌버 (Ken Wilber)
옮긴이 : 김재성, 조옥경
펴낸이 : 한언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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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적 지성 켄 윌버와 아내 트레야의 죽음을 초월한 러브스토리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 날개에는 책에 대한 요약이 참 잘 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대 사상가 켄 윌버와 그의 아내 트레야 킬람 윌버의 이야기이다.
결혼한 지 며칠 만에 유방암 판정을 받은 트레야.
그 후 5년에 걸쳐 암세포는 폐와 뇌로 전이하고 설상가상으로 트레야는 당뇨병까지 걸린다.
이 책은 트레야와 켄이 매일매일 죽음과 직면한 채 보냈던 5년간의 여정을 매우 감동적인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켄은 특유의 방대한 지식과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질병에 대한 일반적 접근과
뉴에이지식 접근 모두에 의문을 던지며
철학적 심리학적 종교적 해석을 더하고 있다.
이는 트레야의 일기와 더불어 건강, 치유, 전체성, 조화, 고통과 내맡김이 무엇인지 생생하게 묘사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만나게 되는 통찰이나 감동은 요약된 메시지에서 전해지는 것 이상입니다.
어제 밤늦은 시간 56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마음이 아파서 한참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 책은 그저 한 부부의 영화 같은 사랑 이야기만도 아니고
참 처절한 투병과 간병 이야기만도 아니고
한 세기적 천재 학자의 질병과 영성과 인간성숙에 대한 깊은 사고의 세계를 보여주는 이야기만도 아니고
한 인간의 놀라운 깨달음과 떠남의 이야기만도 아닙니다.
그 모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소설이 아닌 실화라서,
단지 아내를 떠나보낸 남편 켄의 시각에서만 미화된 이야기가 아니라
아내 트레야가 썼던 일기들과 함께 작성된 글이라서,
암 투병의 세밀한 기록들과 그들의 분노, 번민, 기쁨, 감사, 슬픔, 두려움들이 들어있어서,
극진한 사랑 속에서도 서로를 극한까지 몰고 갔던 관계의 갈등을 극복해야 했던 시기에 대한
진솔한 털어놓음과, 그 시기를 부부치료를 받으며 현명하게 이겨가는 모습이 들어 있어서,
그 감동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이러저러한 조건들을 붙여가면서 이 책이 좋았다는 이야기를 쓰고 있는데,
조건을 붙여서 좋았다고 말하기에 미안해지는 책입니다.
이 책은, 지금 암투병을 하고 있는 환자나 그 가족들에게도 힘이 될 책입니다.
비록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트레야는 세상을 떠나지만
트레야의 이야기는 병에 대한 고통에 대한 삶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합니다.
이 책은, 건강한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아름다운 부부와 사랑에 대하여 생각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자기 삶의 디먼(내적인 신, 숙명, 운명)을 발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자기수련과 성숙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깊은 사색의 주제들을 던져줄 수 있는 책입니다.
딱 한 가지 흠이 있다면, 부분 부분 어려운 이야기들이 많아서 쉽게 읽혀지는 책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자아초월 심리학이나 의식세계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은 이야기들일 것입니다.
오히려 자아초월 심리학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읽을 사람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은 것은,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어가라는 것,
그리고 이해하기 힘든 내용들이 나올 때는 일단 이해되는 만큼 읽으면서 넘어가고,
절대 도중에 덮어버리지 말고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가라는 것입니다.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