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 리더십 (Fusion Leadership) 2
HIT 717 / 최학수 / 2007-04-19
퓨전 리더십의 덕목은 크게 6가지다. 숙고(mindfulness), 비전, 애정, 커뮤니케이션, 용기, 성실. 퓨전 리더십의 6가지 덕목은 일반 리더십의 구성요소가 그러하듯 모두 중요하고 가치있고 또 좋은 것들이다. 평범해서 오히려 눈을 끌어 모으는 차별성이 부족해 보인다. 필자의 손을 끌어당긴 것은 리더십 구성요소 자체보다는 그것의 배경이 되는 인간조직, 세계에 관한 가정과 신념에 관한 것이다.
저자는 21세기를 지배하는 기본적인 인식을 문제 삼는다. 그것은 이성, 질서, 통제 등으로 대표되는 것으로, 17세기의 뉴턴이 바라 본 물리적 세계에 대한 인식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뉴턴이 가정한 바에 따르면 인간은 논리, 이성 그리고 데이터를 통해 사물을 이해하고 예언하고 통제할 수 있다. 세계 또한 사물과 동일한 질서에 놓여 있다. 현대의 조직과 리더십을 보라. 조직과 일은 전문화의 이름 아래 작게 분할되고, 규칙과 규정 그리고 절차에 의해 정교하게 통제된다. 조직의 개인은 전체가 아닌 부분으로 취급되고 관리된다. 이를 저자는 `분열`이라 부르는데 이것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어다. 분열이란 우리가 익히 하는 물리 세계의 용어로 원자폭탄의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바로 그 원자의 분열을 말한다. 분열에 의해 발생한 에너지를 무기가 아닌 평화적 목적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조심스럽게 관리 통제해야 한다. 분열에 바탕을 둔 세계, 조직, 사람은 통제의 대상이다.
분열에 대응하는 개념이 바로 `융합` 즉 `퓨전`이다. 퓨전은 원자를 쪼개 나누지 않고 결합시킨다. 원자의 융합을 통해 만들어진 수소 폭탄은 원자 폭탄보다 5배 위력을 지닌다고 한다. 퓨전은 경계를 허물고 통합시키는 것으로 관계, 공유, 일체, 파트너십 형성에 관한 것이다. 개인 내부의 분리된 자아를 통합하고, 조직내 개인과 개인을 연결하고, 개인과 조직의 일체화를 추구한다. 분열의 세계에서, 개인은 조직의 통제를 수용하여 자신의 재능과 창조성을 제한하는 대신 예측된 행동을 제공하여 안정을 획득한다. 퓨전의 세계에서 개인은 자신의 잠재성을 발현하고 조직과 통합을 이룰 수 있지만 그것은 과거의 신념과 관성을 극복할 때에만 주어지는 선물이다.
퓨전은 그것이 이뤄지면 멋지고 강력하지만 이루기가 결코 쉽지 않다. 문제는 퓨전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이다. 퓨전의 원천은 우리들 내면에 있다. 마치 수면 아래의 빙산처럼 거대하지만 잘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상사의 지시와 명령처럼 강하지 않고 우리 내면에 미세하게 깃들어 있다. 서두에서 이야기했던 6가지 덕목 즉 숙고(mindfulness), 비전, 애정, 커뮤니케이션, 용기, 성실이 바로 미세한 힘을 구성하는 요소들이다. 개인 차원에서 퓨전을 이루는 것은 내부의 미세한 힘을 발견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개인 퓨전은 지적, 감성적, 영적 능력과 이해를 포함한 인간의 드러나지 않은 요소들을 활용한다는 의미이다. 관습과 과거에 의해 억압되고 심지어 존재조차도 부인되어왔던 이 힘을 자각하고 활용하는 것이 퓨전 리더십의 요체이다.
개인 퓨전을 발현하기 위해서는 세가지가 필요하다. 지식, 의지 그리고 행동이 그것이다. 지식은 외부세계에서 획득되는 6가지 미세한 힘에 대한 지식과 본질적 자아에 접근하는 반성, 명상 등을 통한 내적 지식 혹은 경험이 있다. 의지는 변화하고 성장하려는 욕망, 의도 또는 결단력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행동은 미세한 힘을 구체화시키는 것이다. 열 번 행한 새로운 행동은 자신의 것이 된다.
이상이 세계와 인간에 대한 저자의 신념과 퓨전의 기본 개념에 대한 간략한 소개이다. 필자가 주목하는 점은 이성과 객관성을 중시하는 경영과 과학의 세계에 미세한 힘이나 영적 성찰 (숙고로 번역한 mindfulness는 명상 분야에서는 마음 챙김, 알아 차림 등으로 이해된다) 등 그간 학계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동양적 사유를 접목하려는 시도다. 그야말로 퓨전적 접근이라 하겠다. 이는 개인과 조직의 이분법적 접근, 이성적 분석과 기법이 갖는 한계 등을 인식하면서 어떠한 이론과 조직의 변화도 결국 인간에 대한 온전한 이해와 내면적 자각 없이는 불완전하다는 것을 깊이 성찰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