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에는 가톨릭대 상담심리대학원에서 `직업 스트레스 상담`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직업 스트레스 해소를 돕는 상담의 중요성과 그러한 상담 시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도구와 이론들을 학습하고 실습하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에서는 클라이언트의 성격과 인지구조를 이해하는 도구의 하나로 에니어그램도 학습을 합니다. 지지난 주부터 에니어그램을 다루느라고, 책장을 씹어먹듯이 다시 읽고 정리한 책이 한 권 있습니다. 바로 돈 리처드 리소와 러스 허드슨이 쓰고 주혜명님이 옮긴 `에니어그램의 지혜`입니다.

에니어그램을 소개하는 많은 책 중에서 거의 고전으로 여겨지고, 가장 두꺼운 두께를 자랑하며, 영성수련의 깊이가 깊은 번역자에 의해 적확한 표현으로 잘 옮겨진 이 책은 두껍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나무랄 데가 없는 책입니다.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서, 자신의 성격유형을 진단할 수 있게 하고, 단지 성격유형 자체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성격을 통하여 성격을 뛰어넘어 더 깊은 자신의 본질을 만나는 방법까지를 소개하고 있는, 어느 한 줄도 그냥 넘어갈 구절이 없는,  높은 의식 수준에서 집필된 책입니다.

저자인 리소는 고대의 지혜로 불리는 에니어그램을 현대 심리학으로 체계화시킨 3인 중의 한 사람이며, 특히 의식의 발달수준을 연구하고, 에니어그램의 진단지를 개발한 인물입니다. 피상적으로 인간의 행동과 사고의 패턴을 제시하고 있는 타 성격유형 도구와 달리, 에니어그램은 왜 그러한 행동과 사고의 패턴이 나타나는지, 그 패턴이 인간의 성장을 어떻게 제약하는지를 보여주고 진정으로 자신을 성장시키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리소와 허드슨이 쓴 이 책은 때로는 가슴 아픈 자기 직면, 자기 통찰을 하게 하지만, 그 바탕에는 참 깊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어서, 책을 읽는 것 자체가 독서치료의 효과가 있습니다.

최근 한국에도 에니어그램이 많이 도입되어 개인의 이해, 그리고 조직 속에서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갈등관리, 피드백 등의 패턴이 어떻게 나타나는가를 보여주어 리더들을 돕는 도구로 활용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에니어그램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는 이해가 어려운 면도 있지만, 마음을 열고 읽어 가면 나와 타인의 본질을 만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혼자 읽어가면서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에니어그램 전문가를 만나서 도움을 받으시기를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