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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붓다마스

HIT 703 / 정은실 / 2008-09-18


 

책이름 : 메리 붓다마스
지은이 : 이병창
펴낸곳 : 침묵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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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반전에, 참 오랜만에 시집을 샀습니다.
어느 수련회의 안내자였던 이 책을 쓴 시인의 모습에 반해서 그의 시집까지를 샀습니다.

장로회 목사인 그는,
종교에 있어서도 사람에 있어서도 자기 자신에 있어서도 경계가 없었습니다.
힘 있고 열정적이면서도 따뜻하고 섬세하면서도
많은 것으로부터 걸림 없이 초월해있는 모습이 참 많은 그는,
시를 쓸 때도 자기 모습 그대로 쓴 것 같습니다.
난해하지 않은, 쉬운 언어로 잔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 시집에 실린 시 두 편을 소개합니다.


<크레파스를 바라보며>

초등학교 사학년 때였을 거야
그 때는 무척 가난하게들 사는 때였지
색깔 있는 양초나 다를 바 없는 크레용을
그나마 아껴 가면서 그림을 그렸지
어느 날, 밤이라는 제목으로
장독 항아리들을 옆으로 누인
그림을 그렸는데
그 날 나는 공개적으로
밤이 되면 장독이 누워 잔다고 믿는
바보가 되고 말았지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는 진실이
무참하게 짓밟힌 그 날 이후
나는 그림을 그려 본 적이 없이
성장한 것 같아
미술에 대한 열망을 남의 그림을 보는 것으로
대리만족하면서.
요즘 아이들이 색깔 좋고 다양한 크레파스를
함부로 다루는 것을 보면 왜 그렇게
마음이 안 좋은지 몰라
버려져 나뒹구는 크레파스 조각마다
`돈은 꼭 갚겠다. 안되면 내 영혼을 주겠다`고
절규한 고흐의 음성이 들리는 것 같아.
산은 녹색
하늘은 파란색
나무는 나무색으로 그려야 한다고 가르치는
그런 선생님이 요즘도 계신 건 아니겠지.


<메아리>

소리를 내 봐
목청껏 소리를 내질러 봐
가슴 속 지층의 깊이깊이
눌러 온 소리를 꺼내어 봐.
메아리 없는 산은 죽은 산이야
산을 살려 봐
세상의 산들은 모두
너의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어
그대의 민둥산에 나무를 심어 봐
열매를 키우고 꽃을 가꾸어 봐
새들의 노래와 아이들의 놀이가 있는
산으로 만들어 봐
지금 숨죽인 산들을 향해
너의 소리를 주어 봐
너의 속사람을 살리는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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