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우산 놓고 오듯
HIT 730 / 정은실 / 2011-08-10
어디 우산 놓고 오듯
어디 나를 놓고 오지도 못하고
이 고생이구나
나를 떠나면
두루 하늘이고
사랑이고
자유인 것을
몇 주 전부터 컴퓨터 바탕화면에 올려두고 가끔 읽곤 하는 詩,
정현종 시인의 ‘어디 우산 놓고 오듯’의 전문입니다.
읽을 때마다,
아! 내가 무엇인가를 또 움켜잡고 있었구나, 알아차립니다.
알아차림 속으로 가슴이 열리고 호흡이 깊어지며 마음에 공간이 생깁니다.
놓아버리지 못하는 수많은 욕심들이 떠오릅니다.
놓아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붙잡고 있는 욕심들이 보입니다.
그래도 이제는
그 욕심 너머 하늘이 보이고,
그 욕심 너머 사랑이 느껴지고,
그 욕심 너머 자유로운 바람 같은 내 모습이 조금씩 더 보입니다.
짧은 시 한 편이,
하늘, 사랑, 자유,
그 크고 걸림 없는 것들을 가슴에 안겨줍니다.
비록 여전히 실수를 반복하지만,
늦게나마 알아차리고 훌훌 보낼 수 있음에 감사를 느낍니다.
잠시 나마
하늘이 되고, 사랑이 되고, 자유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