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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나무, 바람, 햇살, 아쿠아마린

HIT 658 / 정은실 / 2010-03-18


 

또 눈이 왔습니다.


창 밖 나뭇가지에 눈꽃이 가득합니다.


아침 청소를 하고,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창밖 감나무와 대추나무와 마주하고 앉습니다.


아직 잎이 나지 않은 앙상한 가지들마다 가지 모양과 두께만큼의 눈이 내려 앉아 있습니다.


바람에 눈가루들이 흩날리는 모습에 시선을 빼앗깁니다.



아,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옵니다.


햇살입니다.


동쪽에서 비스듬히 비치기 시작한 햇살에 풍경이 반짝이기 시작합니다.


아까의 그 나무, 그 눈 그대로인데, 햇살 아래 새로운 그림 한 장이 새로 펼쳐졌습니다.


빛의 예술입니다.



탄성에 이어, 아, 저 눈이 또 곧 흔적 없이 스러지겠구나, 아쉬운 마음이 드는데,


또 한 번 감탄사가 터집니다.


나뭇가지들이 반짝인다 싶더니


햇살 아래 온 나뭇가지에 물방울들이 맺힙니다.


한참을 반짝이다가, 가장 반짝이는 순간에 아래로 떨어집니다.


아쿠아마린이라는 이름의 물방울을 닮은 탐나던 보석보다 더 아름다운 보석입니다.


금방 사라지고 말 것이라 더 곱습니다.



이 아침의 이 풍광과 이 감탄은,


눈, 나무, 바람, 햇살, 물방울, 중력이 만들어낸,


그리고 나의 아침 차 한 잔의 여유가 만들어낸 선물입니다.


지금 어느 산중에는 이보다 더 많은 눈, 더 많은 나무, 더 맑은 햇살이


더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내고 있겠지요.


이 작은 풍경을 보며, 더 많이 눈 쌓였을 어느 깊은 골짜기의 신비로운 풍경을 떠올릴 수 있는


내 끝없는 상상력이 참 좋은 아침입니다.



지금 여기 이 일상의 자리에서 나에게 허락된 이 풍광이 너무도 소중한 아침입니다.



그대 안에도 햇살 가득하시길...


일상의 평범한 풍경들이 그대 햇살 아래 보석보다 아름답게 반짝이는 하루 만드시길...



아! 온 몸 가득, 햇살 보다 더 따사로운 기운이 가득 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