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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지가 않아
HIT 570 / 정은실 / 2009-06-14
낮에 앉은뱅이 긴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데
막내가 내 배에 얼굴을 대고 누웠습니다.
잠시 그러고 있다가 일어나더니 내 배를 만지면서 `안정감이 있어요.` 그랬습니다.
이런! 뱃살을 좀 빼야겠구나, 하고 순간 뜨끔했습니다.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도 혹시 다른 뜻인가 싶어서 물었습니다.
`안정감? 무슨 뜻이야?`
그랬더니 막내가 `음, 포근하고, 따뜻해요.`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다행이다 생각하며 어리광을 부리는 막내가 귀여워서 얼굴을 쓰다듬어줬더니
다시 얼굴을 내 배에 대고 누우며 이번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음, 낯설지가 않아......`
그 말이 귀여워서 한참 웃었습니다.
큰애도 그렇지만 특히 막내는 유난히 스킨십을 좋아합니다.
자주 옆에 와서 다리를 배고 눕거나 팔을 만지거나 합니다.
어저께는 내 배를 베고 눕길래,
`아유, 우리 아기, 옛날에 엄마 뱃속에 조그맣게 들어 있더니,
벌써 이렇게 예쁘게 잘 컸네.`그랬더니,
`내가 엄마 뱃속에 있었어? 근데 하나도 생각이 안 나네.`라며 한참 내 배를 만지다가 갔습니다.
아마 막내는 오늘 내 배를 배고 누웠다가 어제의 그 대화가 생각이 났나봅니다.
`낯설지가 않아.`라는 그 말이 참 좋았습니다.
달라이 라마는 자신을 만나러 온 사람들에게
`나는 당신이 낯설지 않습니다. 나와 당신은 전생에 이미 수없이 많이 만난 사이이기 때문입니다.`
라고 하셨다는데,
아마도 가족의 인연은 분명 그러하겠지요?
오늘은 일요일이었습니다.
하루 내내 가족들과 함께 있었습니다.
가족은 가장 중요한 것을 가장 깊게 가장 많이 주고 받는 참 큰 인연입니다.
처음부터 `낯설지가 않았던 사람들`, 그것이 가족입니다.
남편을 만날 때도 그랬고,
두 아이들을 잉태하고 낳았을 때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이 귀한 인연들에게 새로 시작하는 또 한 주 동안 어떤 사랑을 전할까... 이번 일요일 밤은,
가족들을 생각하며 마무리를 짓습니다.
내 배에 얼굴을 대며 한참 느끼더니 `낯설지가 않아.`라고 말해준 막내 덕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