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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자갈돌의 노래
HIT 727 / 정은실 / 2009-04-28
지난 해, 여름이 다 흘러가고 있던 양평의 어느 강에서
작은 자갈돌 하나를 가지고 왔습니다.
물에서 고기를 잡으며 뛰어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책을 읽다가 눈을 감고 물이 흐르는 소리를 듣고 물결을 느끼며
참 편안한 명상을 했던 날입니다.
그 날 그 시간을 기억하고 싶어서 건져온 하얀 자갈돌이 때로 나에게 말을 겁니다.
오늘 그 이야기를 옮겨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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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자갈돌의 노래
- 2009. 4. 28, 여주
나는 그때 하얀 바위였네.
깎이고 쪼개지고 부서지며 지금의 내가 되었네.
기억 아득한 어느날,
나는 어느 산에서 계곡으로 굴러들었네.
나는 그때 꿈을 꾸었네.
내 온 몸이 하얀 가루가 되어 세상을 자유로이 여행하는 꿈을.
내 몸 무겁게
한 대지 위에 머물러 있을 때
바람이, 별이, 흐르는 달이 전해준 이야기들을
내 온 몸으로 보고 싶었네.
이 세상이 그리 넓은지, 이 세상이 그리 아름다운지.
나는 그때 알았네.
더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서는 내가 가벼워져야 함을.
내가 가벼워지기 위해서는 깎이고 쪼개지고 부서지는 아픔을 껴안아야 한다는 것을.
나는 이제 알고 있네.
그리고 한 점 모래가 되길 꿈꾸네.
모래가 된다면 그 모래보다 더 가벼운 흙이 되길 꿈꾸네.
흙이 된다면 그 흙보다 더 가벼운 무엇이 되길 꿈꾸네.
그 어느 곳에도 머무르지 않고,
이 온 세상에 존재하며 세상으로 녹아들길 꿈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