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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나무가 나에게 가르쳐준 것
HIT 676 / 정은실 / 2008-04-23
이슬비가 내리고 있는 아침,
아직 잠에 젖어 있는 몸을 깨우러 나간 바깥 산책길에서
어제보다 더 무성해진 나무들을 만났습니다.
산책로 양가에 늘어선 나무들이 벌써 아치형의 터널을 만들어버렸습니다.
안 그래도 비가 와서 어둑어둑한 길이 나무들이 만든 그늘로 더 어두웠습니다.
여느때처럼, 잠시 걷기를 한 후에 나무 한 그루 아래에 멈추어 눈을 감았습니다.
눈을 감고 내 호흡을 들여다보자
내 몸의 호흡과 주변의 소리들에 예민하게 감각이 깨어났습니다.
오늘은 대지에 스며드는 빗소리가 참 아름다웠습니다.
내 내면에 생긴 커다란 공간이 비에 젖어들며 더 빨리 주변으로 확장되며 녹아들었습니다.
그대로 비를 맞고 있는 나무처럼, 입고 있던 옷의 후드를 벗고 짙은 안개 같은 비를 맞았습니다.
그때 문득 무성한 잎을 가득 달고 있는 나무가 나에게 말해주었습니다.
`서두르지 말아라. 아주 조금씩만 달라지거라.
네 일상의 모든 행위에서 아주 조금씩만 성장하여라.
나의 작은 잎새 하나하나가 매일 아주 조금씩 커질뿐이지만,
수천 장의 잎들이 금방 하늘을 덮어가듯,
너도 네 행위 하나 하나의 작은 성장으로 큰 변화를 만나게 될 것이다......`
일상의 작은 행위 하나마다 조금씩 깨어나기,
또 시작할 수 있게 된 하루에 눈을 뜨기,
하루에 처음으로 내 몸을 만나기, 생각을 만나기, 느낌을 만나기,
같은 공간 속에 있는 가족을 만나기, 바라보기, 감사하기,
산책하기, 나무를 만나기, 새소리를 만나기, 풀과 꽃을 만나기,
식사하기, 음식을 준비하기, 보기, 먹기, 음미하기, 감사하기, 정리하기,
글을 쓰기, 텅 빈 생각의 공간을 만나기, 생각의 씨앗을 만나기, 싹을 틔우기,
글을 읽기, 집중하기, 통찰을 만나기,
정돈하기, 어지러움을 만나기, 제 자리에 놓기, 마음의 어지러움도 내려놓기,
사람들을 만나기, 그들의 말을 듣기, 그들의 마음을 듣기, 말하기, 소통하기,
내 가시를 만나기, 아직도 편협하기 짝이 없는 내 방어기제들을 만나기, 반성하기, 배우기, 수용하기,
잠자리에 들기, 성찰일기를 쓰기, 하루를 내려놓기, 내면의 공간을 만나기, ......
내 하루의 주요 행동들을 돌아보니 그 행동을 구성하는 수많은 행위들이 있습니다.
그 행위들 하나에 조금씩 더 깨어나 더 깊게 정성을 다하여 온전히 젖어들어 볼일입니다.
나무가 한 장의 나뭇잎을 키웠듯 나도 내 행위 하나에 정성을 다할 일입니다.
비에 젖어 더 맑게 푸른 나무들이 오늘 아침 나에게 가르쳐주었습니다.
네가 넓은 그늘의 나무가 되고 싶다면,
아주 조금씩만 깨어나라고, 일상의 작은 행위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