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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의 따뜻한 전화를 받고
HIT 551 / 정은실 / 2008-02-21
그저께 한 벗이 전화를 했습니다.
3주마다 모임이 있어서 만나는 벗인데, 이번 주 모임에 나오지 못한다며 전화를 했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인생수업`이라는 책을 읽었느냐고 벗이 물었습니다.
아버지가 편찮으시다는데 그 책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말해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 책은 저도 1년 전에 읽으며 거의 손수건 한 장을 다 적시며 읽었던 책이라
왜 벗이 그 책을 저에게 권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더욱이 그 벗은 2년 반 전에 아버지가 암으로 투병하시다가 돌아가셨다고 했습니다.
일과 가정을 살피느라 바빠서 미처
살아계시는 동안에 아버지에게 다해드리지 못한 일들이 벗의 마음을 아프게 했나봅니다.
저도 아버지 어머니와 최근 같은 집에서 지내고 있으면서도,
내 일, 내 아이, 내 일상의 일들을 처리하느라
아버지 얼굴을 들여다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별로 길지가 않습니다.
하물며 다른 집에서 살고 있었다면 더 찾아뵙기가 힘이 들었을 것입니다.
전화로 잠시 아버지의 이야기를 하는 벗의 목소리에 습기가 느껴졌습니다.
굳이 말하지 않았지만 그 마음을 고스란히 느꼈습니다.
같은 경험을 해보는 사람들은 더 설명하지 않아도 그 마음을 아는 법입니다.
서로의 마음이 똑같지는 않겠지만 그 마음의 색깔과 촉감을 느낄 수 있는 법입니다.
소통된다는 느낌을 갖게 한 벗에게, 그의 마음이 담긴 한 통의 반가운 전화에 감사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