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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공간을 정리하다가

HIT 547 / 정은실 / 2008-02-03



벌써 어둠이 내린 일요일 저녁입니다.

어제 가족모임이 있어서 천안에 갔다가 늦게 귀가를 해서 늦잠을 잤더니 오늘은 하루가 짧았습니다.

따사로운 햇살을 마음껏 즐기다가 아주 아주 천천히 일어나서 늦은 아침을 먹고,

어제까지 마치려고 했다가 마치지 못한 일 하나를 마치고,

다시 늦은 점심을 먹고, 오늘부터 시작해야 하는 중요한 일 하나를 잠시 멈추고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뭔가 중요한 일을 하기 전에 다 뒤집어서 청소를 하는 것이 저의 오래된 성격패턴 중의 하나입니다.

꼭 나쁜 패턴은 아니지만 정말 중요한 일에 쏟아야 하는 시간을 소모하기도 하는지라

점차 없애고 있는 패턴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거실 책꽂이와 노트북을 놓고 작업을 하는 테이블만 치웠습니다.

두 달 남짓 이러저러한 일을 핑게 삼아서

해가 바뀌는데도 불구하고 치우지 못했던 업무공간(거실은 제 업무공간입니다)을

두어 시간을 쏟아서 정리를 하고 나니 시야가 깨끗해졌습니다.

구석구석 그냥 쌓아두었던 여러 가지 메모들까지 버릴 것을 버리고 나니 쓰레기통이 가득 찼습니다.

참 쓸데 없는 것을 많이도 안고 살았다 싶습니다.

 

그때는 그리도 중요했던 것이 지금은 들여다보니 아무 것도 아닌 것도 많이 있습니다.

일부러 메모를 해둔 것 같은데 왜 메모를 했나 생각이 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읽으려고 샀다가 읽지 못하고 샀는지조차 잊어버렸던 책들도 많습니다.

어지러운 물건들, 책들, 메모지들을 정리하다보니 어지러웠던 나의 지난 두어 달이 보입니다.

다 정리하고 나니 마음까지 깨끗하게 정리가 된 느낌입니다.

 

마음도 어지러울 때 이렇게 쓰레기 정리하듯이 한 시간만에 정리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싶습니다.

하긴 마음은 한 시간이 아니라 눈 깜짝할 순간에도 때로는 정리가 됩니다.

수십 년이 지나도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는 일이 있는가 하면 말이지요.

 

내일이 입춘입니다.

이렇게 추운 겨울 사이에 `입춘`을 둔 선인들의 지혜를 들여다봅니다.

깨끗해진 공간 속으로 정갈한 햇살이 비추듯

제 마음에도 봄 기운이 한껏 가득 들어오기를 소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