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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의 기일에

HIT 662 / 정은실 / 2008-02-03


 

오늘은 돌아가신 어머님의 다섯 번째 기일이었습니다.

가족들이 모두 모여 예배를 드리고 돌아왔습니다.

저는 크리스찬은 아니지만,

돌아가신 분을 생각하며 조용히 기도드리고 그 분을 기리는 이 방식이 참 좋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어머님 생각이 많이 납니다.

결혼 전에 인사를 드리러 찾아갔을 때부터 참 따뜻하게 맞아주셨던 어머님.

그런 어머님이 편안해서 결혼 전에도 주말이면 부담없이 자주 찾아뵙곤 했습니다.

일찍 집을 떠나 바쁜 대학생활과 회사생활을 하면서 요리를 배운 적이 없었던 저는

요리에 대한 기본도 어머님께 배운 것 같습니다.

특별한 재료를 쓰시는 것도 아닌데 육남매를 길러내신 어머님의 음식솜씨는 남달랐습니다.

그냥 된장찌개 하나를 끓이셔도 참 맛이 있었습니다.

제가 별로 제대로 해내는 요리는 없지만 늘 먹는 음식에 남편이 별 불만이 없는 것은

아마도 어머님 어깨너머로 식사 준비 하시는 것을 들여다본 덕분인 것 같습니다.

요즘도 된장을 끓일 때면 늘 어머님 생각이 납니다.

`겁내지 말고 그냥 이것저것 자기 방식대로 해보면 는다.` 하시던 어머님 말씀이

새로운 재료로 뭔가를 만들 때마다 생각이 나곤 합니다.

 

만성신부전증으로 이십여년을 편찮으셨던 어머님은

당신의 몸이 그렇게 힘드신데도 마지막 1년 정도 정말 힘드셨을 때를 제외하고는

가족들을 위한 음식을 손수 챙기셨고 자기 몸보다 자식들의 몸을 더 걱정하셨습니다.

아무리 기억을 해내려고 해도 어머님께 꾸지람을 들었던 기억은 딱 한 번 밖에 나지 않습니다.

그것도 뭐 그리 마음에 남을 정도의 꾸지람도 아니어서 잘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감기몸살이 한 번 나도 짜증이 나기 마련인데

1주일에 3번씩이나 혈액투석을 받으셨고 식사도 맘대로 못하실 정도로 힘드셨으면서도

가끔씩 찾아뵐 때마다 늘 환하게 웃으며 맞아주셨던 어머님.

시댁에 갈 때마다 늦은 시간까지 어머님과 나누는 대화가 저는 참 좋았습니다.

 

참 선하고 사랑이 많으셨던 어머님... 어머님께서 하늘나라에서 편안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당신이 생전에 그렇게 예뻐하시던 당신의 둘째 아들이 행복하도록 돕는 것,

아마도 그것이 제가 어머님께 그 사랑을 갚아드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요...

 

그리고 효도는 살아계실 때 하는 것이라는 것을 어머님 돌아가시고 알았습니다.

살아계신 아버님과 친정 부모님께 제가 해야할 일을 놓치지 않아야할텐데...

삶에서 정말 소중한 일들보다 시급한 일들에 더 많이 묶여 지내는 저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