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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서원 : 입춘대길건양다경
HIT 1143 / 정은실 / 2008-02-01
2월은 먼 곳에 강의를 다녀오며 시작되었습니다.
아침이 밝아오는 새벽길, 그리고 밝음, 황혼, 어둠으로 이어지는 저녁길을 오고가는 여섯 시간 운전 사이 사이에, 지난 1월 한 달을 정리하고 또 한 달의 시작을 느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어쩐 일인지 지나간 1월에 별로 생각이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이미 시작된 2월에 생각이 많이 머무르더군요.
마음을 열어놓고 2월의 시간에 대한 서원을 떠오르게 하였습니다.
여러 가지 말들이 떠오르고 스러지다가, 한 글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입춘대길건양다경(立春大吉建陽多慶)
어제 우리 집을 찾아온 제자가 직접 쓴 붓글씨로 올 입춘에 붙이라고 선물한 글입니다.
그 마음이 고마워서, 그 뜻이 환해서 내 마음이 그 입춘첩(立春帖)을 떠올렸나봅니다.
입춘대길건양다경은 `봄이 오자 행복이 오고 계절따라 경사가 많다` 라는 뜻이라는군요.
어디 행복이 봄에만 오겠습니까만, 노란 산수유 빛을 타고 행복이 더 짙어진다면,
봄을 타고 더 많은 경사들이 일어난다면 어찌 행복하지 않겠습니까.
서양심리학을 공부하면서도 동양학에 관심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는
그 제자의 이야기가 올해 입춘은 저녁 8시에 들어온답니다.
그래서 立春帖(입춘대길건양다경)도 그 시간에 붙이는 거라는군요.
2월을 떠올려보니 많은 일들이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원고도 200장 이상 써야 하고,
봄학기 학교 강의 준비도 해야하고,
3월에 시작하는 `씨앗에서 숲으로 - 100일 프로젝트` 2기도 준비해야 합니다.
며칠 후면 다시 오셔서 같이 지내시게 될 부모님 건강도 보살펴드려야 하고,
중학생이 되는 큰 아이에게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창의성에 대한 새로운 프로그램도 예정대로 개발하고 싶고,
박사학위논문 주제도 조금 더 구체화하려 합니다.
입춘대길건양다경.
아직 온통 겨울이지만, 지금 대지에 뿌리를 둔 뭇 생명들은 봄 준비에 한창이겠지요.
이른 봄 꽃을 피우는 산수유와 진달래 가지를 만져보면 부산한 그들의 움직임이
손가락을 타고 몸속으로 흘러들어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도 그들처럼 온몸 온마음 가득 봄 기운을 가득 채우고
그 환한 빛으로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그런 2월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 생명의 기운이 온갖 경사스러운 일들을 끌어당기고
그 경사로움을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런 2월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여러분도 `입춘대길건양다경`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