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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잔소리

HIT 510 / 정은실 / 2008-01-26



혹시 내가 놓친 일정은 없나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주말 오전입니다.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며 게으름을 부리고 있는데 아버지가 안쓰는 숟가락이 없냐고 찾으십니다.

뭐 하려고 그러시냐고 여쭈어봤더니 화분에 흙이 너무 높아져서 물줄 때 힘이 든다고 하시며

흙을 좀 떠내어버리자고 그러십니다.

 

안쓰는 숟가락을 찾아드리며 번거로운 것이 아니라 아주 즐겁습니다.

요 며칠 아버지의 잔소리가 늘었습니다.

약속시간보다 늦게 귀가하여 저한테 혼이 난 아이들을 앉혀놓고

`출필고반필면(出必告反必面 나갈 때는 반드시 부모님께 출처를 알리고

돌아오면 반드시 얼굴을 뵈어 안전함을 알려 드린다)`이라는 한자를 써놓고

가르치시기도 하시고,

화분에 물을 언제 줬냐고 확인도 하십니다.

제가 나갔다들어오면 `오늘 강의 반응은 좋더냐?`고 질문도 하십니다.

 

통증으로 주로 누워계시며 겨우 화장실과 식탁까지만 움직이실 때에는

전혀 없었던 일입니다.

 

아버지의 잔소리는 아버지가 많이 편안해지셨다는 뜻입니다.

내가 많이 힘들 때에는 다른 곳에 신경을 쓰고 타인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법입니다.

그래서 참 좋습니다.

아버지가 좀 더 많은 잔소리를 자주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의 잔소리에 반응하는 나의 태도(반가움과 감사함^^)를 들여다보며,

외부자극이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자극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는 나의 신념이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

 

내 안에 화나 짜증이나 불안 등의 부정적인 것들이 올라오는 것은,

그것을 유발시킨 외부자극 자체가 아니라 나의 마음입니다.

그래서 부정적인 것들이 올라올 때에는 감사하며 가만히 들여다볼 일입니다.

그때가 배움의 순간입니다.

어제 저녁에도 저에게 그런 배움이 있었습니다.

제가 작업한 특강 자료를 파트너 교산에게 보여주며 피드백을 요청했는데

교산이 꼬치꼬치 부족한 점을 지적해주자 거부감이 올라왔습니다.

좀 더 다른 방식으로 피드백을 해줄 수도 있을 텐데 처음부터 끝까지 부족한 부분만 짚지?

하는 평가가 내 안에서 순간적으로 심하게 일어났습니다.

그 경험을 하며 알았습니다, 내가 투사를 하고 있다는 것을.

내가 불쾌감을 느낀 교산의 그 부분은 내가 타인에게 피드백을 할 때 자주 쓴 방법이었습니다.

스스로 마뜩치 않아하던 내 안의 어떤 부분이 교산의 그 부분과 마주치면서

부정적 감정이 올라온 것입니다.

 

내 안의 부정적인 것과 마주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대로 직면을 하면 많이 배울 수 있습니다.

 

... 어제 오늘, 마음에 대하여 많이 생각하고 확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