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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雪)
HIT 461 / 정은실 / 2008-01-21
2008년 1월21일 아침입니다.
고운 쌀가루같은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어제 저녁 날씨가 포근해서 일기예보가 틀렸나보다 했는데
밤 사이 조용조용 눈이 내리기 시작했나봅니다.
거실창 블라인드를 열었더니 대추나무가 하얀 드레스를 입은 새색시처럼 서 있습니다.
가지 많은 대추나무는 눈이 쌓이면 참 고와집니다.
새끼손가락 두께만큼 쌓인 눈이 만드는 하얀 선들이
대추나무의 거무스름한 줄기 색깔과 아주 잘 어울립니다.
자동차들도 하얀 덮개들을 하고 있습니다.
눈을 보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어서,
문자 메시지 하나 보내고 거실 테이블에 놓아둔 노트북을 열었습니다.
사락사락 눈은 내려 덮이는데
마음에서는 사락사락 생각들이 올라옵니다.
...
눈이 내리니 주변의 풍경들이 더 선명해집니다.
작고 세부적인 것들은 묻혀서 보이지 않지만,
나무는 그 실루엣을 더욱 드러내고, 자동차들의 윤곽도 더 선명해집니다.
하얀색으로 통일이 되면서 오히려 사물이 가지고 있는 존재감이 더 느껴지는 것은 왠일일까요.
우리 마음에도 한 번씩 눈이 내리면 좋겠습니다.
평소에는 이런 저런 마음주변 풍경들에 묻혀서 잘 보이지 않는 깊은 마음이
그 이런 저런 주변 풍경들일랑 눈으로 하얗게 덮어버리고
그 깊은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말입니다.
...
요즘 내 마음에도 눈이 내렸습니다.
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시면서 다른 주변풍경들이 거진 다 지워졌습니다.
내가 아니면 안 될 일을 제외하고는 내 에너지를 다른 곳에 쓰지 않았습니다.
그랬더니 `내가 아니면 안 될 일`은 별로 많지 않았습니다.
하얀 눈 속에서 도드라지는 풍경이 있듯이,
마음에도 하얗게 눈이 내려덮이면 도드라지는 풍경들이 있습니다.
일상의 번잡함 속에서는 미처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나타납니다.
이제는 자주 의식적으로 내 마음에 내가 눈을 내리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
글을 쓰는 동안도 눈은 계속 내립니다.
참 예쁜 월요일입니다.
출근길 교통체증에 스트레스 받았던 분들이 계시다면
회사 옥상에 올라가서 하얀 눈으로 덮인 세상을 잠시라도 들여다보며 `눈 명상` 해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