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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십시오

HIT 501 / 정은실 / 2008-01-19



아버지가 2주일 동안 입원해계시다가 오늘 오전 퇴원을 하셨습니다.

통증이나 불편함이 있을 때마다 바로 바로 처치를 받을 수 있도록 더 입원하고 싶어하셨지만,

입원으로 필요한 조치는 다 받으신지라 통원치료를 하기로 합의를 하셨습니다.

오랫동안 안고 갈 병을 얻은 것을 당신도 아시기때문에

입원 시점보다 많이 원기를 회복하셨지만 아버지의 마음은 가볍지 않으셨던 것 같습니다.

짐을 챙기고 같이 입원해계시던 분들에게 간단히 인사를 하고 먼저 나왔는데

곧 따라 나오실줄 알았던 아버지가 나오지를 않으셨습니다.

되돌아가봤더니 입원해계시는 분들 한 분 한 분과 악수를 하며 `건강하십시오.`라고

인사를 하고 계셨습니다.

아버지는 평소 가깝지 않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분이 아닙니다.

그런 아버지가 입원 중에 그리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도 않았던 같은 병실 분들과

손을 잡고 진심에서 나오는 건강기원 인사를 전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분들에게 전하신 인사는 어쩌면 아버지 자신에게 하는 다짐이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집으로 돌아오신 아버지는 며칠 전에 비하여 훨씬 더 열심히 식사를 하시고 약을 잘 드십니다.

권하지 않아도 목욕도 하시고 옷도 갈아입으시고 스스로를 잘 챙기십니다.

아버지 마음에 변화가 일어난 것이 분명합니다.

병을 스스로 다루어보겠다는 의지를 가지신 것 같습니다.

9년 전에도 어렵다는 큰 병을 이기신 아버지입니다.

그런 자기 자신의 자원을 발견하신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이 긴 투병 기간을 잘 겪어내시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어차피 겪으셔야 할 일이라면

아버지의 황혼이 이 고통스러운 병으로 인하여 더욱 의미 있어 지기를 소망합니다.

 

... 나는 `건강해라`, `건강하십시오`,` 라는 말을 이제까지 참 많이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내가 그 말을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고 사용했던가 싶습니다.

몸도 마음도 정신도 영혼도 건강하다는 것,

진정으로 건강함을 누리는 것은, 정말 소중하고 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여러 날 병원에서 아버지와 다른 환자분들을 지켜보며 배웠습니다.

 

여러분, 건강하신지요?

 

여러분, 건강하십시오.